[김기성의 경제분석] 보험업법 개정안, 주식시장 뇌관 되나

UPI뉴스 / 2022-11-14 15:23:39
통과되면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 매각 불가피
삼성 지배구조 뒤흔들 변수…주식시장 혼란 가중 우려
정치적 함의 따지기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우리나라 주식 투자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미 투자가는 6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시한폭탄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보험사 보유주식 평가 기준 '원가'서 '시가'로 바뀐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제때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에 규제를 받고 있다. 어느 한 종류의 주식이나 채권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보고, 특정 주식에 대해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때 산정 기준은 취득 원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산정 기준을 시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을 도와달라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건전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간사는 이 법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식시장 뇌관으로 등장했다.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5조원 어치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주식시장도, 삼성 지배구조도 흔들 초대형 이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삼성 부당합병 의혹 공판을 마치고 취임 소감을 말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뉴시스]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법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그룹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회사뿐이고, 이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 개정안은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 8.51%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계산하면 30조 원이 넘는 규모다. 그런데 이 주식을 1980년에 주당 1072원에 사들였기 때문에 취득 원가는 5444억 원이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총자산이 315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취득 원가 기준으로는 총자산의 0.17% 수준이고 시가 기준으로는 10%에 육박한다. 

따라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3%를 초과하는 22조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또 삼성전자 주식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가 매각해야 할 주식까지 포함하면 매각 대상 주식은 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들듯

법안이 현실화하면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 등 최대주주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가 현재 10%에서 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도 20.75%에서 13% 정도로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주주로는 7.6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포스코나 KT와 같은 주인 없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 측에서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방안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3.06%를 보유하고 있고 시가로 따져서 28조 원 규모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이 방안은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바이오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고 또 막상 매각했을 경우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어느 방안도 여의치 않다는 결론이다.

주식시장은 혼란, 삼성생명 자산 건전성은 하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주식시장 혼란이다. 삼성전자는 주주가 600만 명에 달하는 소위 국민주에 해당한다. 만약 25조 원어치의 매각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면 그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유예 기간 7년을 감안해도 매년 평균 3조 원이 넘는 물량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반도체 국방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적용을 받게 되는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회사뿐이고 이 두 회사는 매각할 경우 매각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하는데 삼성생명만 해도 그 규모가 5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히려 자산 내용이 악화한다는 얘기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인 2017년 2월에 논의됐고 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6월에 재차 발의됐지만 5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에는 묵혀뒀던 법안을 야당이 된 지금 다시 꺼내든 데 대한 정치적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굳이 정치적 함의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이 법안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불안한 주식시장에 화근이 되지나 않을지 경제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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