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지속가능하지 않은 '원가의 60% 산업용 전기요금'

UPI뉴스 / 2022-10-19 13:55:20
우리 경제, 싼 전기요금에 에너지 다소비업종 위주 성장
에너지 과소비 막기 위해 전기요금 전면 재검토 필요
중소기업·에너지 취약 계층엔 직접적인 지원 고려해야
전기요금이 이달부터 인상됐다. 가구당 월평균 2270원씩 더 내야 한다. 이러한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어느 수준이고 우리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까?

▲ 서울시내 한 다세대 주택의 전기 계량기. [뉴시스] 

전기요금 인상에 산업계는 비명

이번 전기요금 인상률을 보면 주택용은 6.8% 오른 데 비해 대형제조업체는 17.3%, 중소 제조업체는 10%가 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를 많이 쓰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열처리 중소 업체의 경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생산비용의 30% 수준이던 전기요금이 40%로 높아져 납품단가 인상 없이는 기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서도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과 정유 화학 업종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강의 경우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또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폴리염화비닐을 생산하는 화학업체는 전기요금이 원가의 60∼70%에 달한다. 전기요금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5년쯤만 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2010년에는 63.9%, 2016년에는 87.1%로 올랐고 작년에는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이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속도는 산업계의 불만을 사기 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전기 판매 손실, 한전이 떠안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공기업인 한전이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동안 질 좋은 전기를 값싸게 사용해 왔다. 전기 생산 원가로 따지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약 60%에 불과하고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생기고 그 손해를 한전이 떠안고 있다. 그런데 탈원전과 세계적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전이 계속 손해를 감수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전체 전력 사용자의 0.4%에 불과한 에너지 다(多) 소비업체들이 전력 사용 총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시정돼야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가 보니까 우리 산업구조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소위 전기 먹는 하마라고 일컫는 산업체가 우리나라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정유 산업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가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된 데는 값싼 전기요금이 뒤를 받쳐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업종의 경우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규모는 크지만, 고용 유발효과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오직 교육을 받은 풍부한 인적 자원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그런데 값싼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우리 산업구조가 여전히 에너지 다 소비업종에 머무르게 된다면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원가에 접근하게 만들어 더 이상 값싼 전기요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전력 과소비 유발

이와 더불어 전력요금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급격한 현실화는 어렵겠지만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럽연합 27개국은 올 상반기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그 결과 전기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0.51% 줄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5% 이상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량은 4% 늘어났다. 그 결과 상반기에만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이 879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7.5%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 것은 결국 가격 정책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은 그야말로 말에 그칠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 지원은 전기요금과는 별개로 실시돼야

전기요금을 올릴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그리고 취약 계층의 문제일 것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전기요금을 이중화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값싼 심야 전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장치의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의 면제 범위를 확대한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확대해 직접적인 지원이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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