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치 못한 태도, 메시지 사고로…조심·준비 부족
'자기판단 확신·고집, 만기친람 스타일' 문제 지적
대통령실 "본질, 비속어가 아니라 한미동맹 훼손"
박수현 "비속어 가리려 '바이든·날리면'으로 이동" 대통령실은 27일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과 관련해 "비속어 논란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비속어가 이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없고 주저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를 일부 언론에서 특정했다"며 "그런데 그 문장이 누가 보더라도 동맹관계를 훼손하고 동맹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장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언 모습이 출입 기자단 취재 영상에 포착되자 대통령실은 비속어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음성 분석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해주'면'이 아니라 해주'고', OOO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날리면'의 사투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바이든'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작업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이 xx들' 대상이 사실상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전날 "야당을 지목한 건 아니다"라고 말해 기존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xx들'이라는 표현도 없었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선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고 거리를 뒀다. 비속어인 XX인지 '사람'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순방 논란의 포커스를 '동맹 폄훼'에 맞춰 '비속어 지우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비속어를) 제가 들은 건 없다"고 보조를 맞췄다. 박 장관은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윤 대통령 바로 옆에 계셨는데 못 들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여러 가지 소음이 많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그 (이 부대변인) 인터뷰가 대통령실이 초점을 그렇게 옮기고 싶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수석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한 욕설 부분에 더 낯뜨거워하고 있다"며 "대통령실만 뒷부분으로 옮겨가고 싶어 '앞부분 욕설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핵심 본질은 바이든, 날리면이 아니라 욕설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행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비속어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사과해야 된다"며 "진상이 규명된 다음에 대통령께서 사과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국민, 야당에 대한 예의"라는 이유에서다.
여권 내부에선 끊이지 않는 '대통령발 악재'가 최대 위협 요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주기적으로 '메시지 사고'로 이어져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초년병'이 초단기에 대통령이 되다보니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언론 검증 등의 단련이 짧다보니 '조심 부족' '준비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영빈관 신축 논란은 비근한 예다. 국무총리도 모르게 신축이 추진됐다가 역풍을 맞자 바로 철회된 것은 일을 즉흥적으로 경솔하게 한다는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 판단과 대응이 옳다"는 인식과 고집, '만기친람' 스타일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때부터 일이 터지만 "내가 알아서 한다"며 독단적 대응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되면 자기 판단이 가장 옳다는 확신과 함께 만기친람 유혹이 커지게 마련"이라며 "특히 윤 대통령처럼 졸지에 대권을 잡으면 '자기 확신'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낸 게 독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며 "한번 데이면 몸을 사리고 조심해야하는데 건들건들하며 말을 함부로 하는 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대통령발 악재'는 거의 한달꼴로 돌출하고 있다. 7월 말 "내부총질 당대표"·체리따봉 문자 파동과 이달 중, 하순 영빈관 신축에 이어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다. 그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건희·이준석 리스크'보다 '대통령 리스크'가 훨씬 위험한 이유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대통령 악재에 시달려야하는지 답답하다"며 "2024년 총선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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