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휘발유 소비 증가율 15%…무역수지 악화에 일조
유류세 인하 부유층에 유리…취약계층 직접 지원 필요 OECD가 우리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통한 물가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OECD는 2022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는 비용은 많이 들고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또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는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기후변화 목표에도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류세 인하 이후 국내 기름 소비 증가
국내 기름 소비량을 보면 OECD의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이 폭등한 지난 3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88만8000배럴로, 작년 3월(651만2000배럴) 대비 62만4000배럴 감소했다. 4월 휘발유 소비량은 563만9000배럴로 1년 전보다 150만 배럴 이상 줄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자 휘발유 소비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유류세 할인율이 30%로 오른 지난 5~6월 두 달 동안의 휘발유 소비량은 1506만2000배럴로 1년 전 대비 50만 배럴 증가했다. 또 유류세 인하율이 37%까지 상승한 7월에는 휘발유 소비량이 842만3000배럴로 작년 7월 소비량보다 113만 배럴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져서 무려 15%에 달했다. 5월 이후 석 달 동안 증가한 휘발유 소비량은 160만 배럴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를 수입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 달러가 넘는다. 유류세 인하로 기름 소비가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악화에도 일조한 것이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 혜택은 부유층에게 집중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7월까지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수준의 유류세 인하가 연말까지 이어지게 되면 세수 감소는 1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보편적 세금인하는 그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10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유류세를 인하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월평균 880원의 혜택을 보지만 상위 20%인 5분위는 5578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보다 대형차를 타는 부유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인하 효과를 보게 되는 소득 역진적인 정책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류세 인하 얘기가 나오자 차라리 세수 감소분에 해당하는 돈으로 화물차 운전자나 배달기사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독일의 9유로 승차권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9유로 승차권 정책은 9유로(우리 돈으로 1만000원)짜리 승차권을 사면 한 달간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등 근거리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늘 사용해 왔던 유류세 인하라는 정책을 고집했다. 당시 새 정부의 경제팀 대부분이 과거 관료 출신이었고 그래서 올드 보이 머리에서 정책적 상상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비아냥을 무시한다 해도 유류세 인하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유류세 인하분은 유통과정에서 일부 주유소를 포함한 유통 업자의 배를 불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주유소 가격은 찔끔 내려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유류세 인하,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아니다…출구 전략 모색할 시점
유류세 인하 정책은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때 한시적으로 사용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그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고유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고에너지 가격, 고물가 국면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고물가 국면에서는 힘들더라도 긴축 정책이 필요하고 이는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에너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절약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더구나 이제 겨울철로 접어들면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 유류세를 인하해 소비 증가를 감내할 상황이 아니다.
다행히 국제유가는 지난달부터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정부로서는 점진적인 유류세 인하 조치의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고집할 시점이 아니다. 다만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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