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폭·맑은 물·알맞은 물살과 수심·잘 정비된 쉼터의 탑동계곡
'토정비결' 이지함 선생의 대한민국 중심 '배꼽다리'
언덕위 펜션 폭포의 동화속 진풍경과 '잠수교'가 있는 왕방계곡 연천 포천 동두천 등 경기 북부지역은 '수도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 지역이다. 험준산령이 이어지는 데다 군사적 요충지로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산과 숲이 가득하다.
높은 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맑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시내를 가로지른다. 또 다양한 수종의 울창한 숲이 함께 한다. 계곡과 숲을 통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동시에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이란 의미다.
숨막히는 콘크리트 숲 도시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즐거움은 물론,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가족이 함께 여름에 찾으면 더없이 좋은 이유다.
동두천의 대표적 계곡, 탑동·왕방계곡
북부 도시 가운데 인구 9만을 조금 넘는 소도시 동두천은 탑동과 왕방, 쇠목, 장림계곡 등 4곳의 아름다운 계곡을 품고 있다.
이들 계곡 가운데 가족 단위로 즐겨 찾는 곳이 탑동계곡과 왕방계곡이다. 동두천 시내에서 동쪽으로 7㎞쯤 떨어진 왕방산(737m)과 서쪽의 국사봉(754m) 사이에서 발원한 같은 계곡 상·하류의 별칭이다.
1.2㎞쯤 거리를 두고 있는 데 상류 쪽을 왕방, 하류 쪽을 탑동 계곡이라 부른다. 행정구역 상 모두 탑동에 속해 있어 통칭해 탑동 계곡이라고도 한다.
이들 계곡은 상류의 왕방폭포수 농원 숲속에 있는 폭포에서 하류의 탑동초등학교까지 364번 지방도를 따라 약 3㎞에 걸쳐 길게 펼쳐져 있다. 계곡에는 낭바위·아들바위·층대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고 물이 맑아 동두천의 '무주구천동'이라 불린다.
왕방산은 '왕이 방문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려의 도선국사가 정업을 닦을 때 광종이 친히 행차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온다.
하류에 있는 탑동계곡은 동두천 시청에서 364번 지방도를 따라 포천 방향 약 5㎞ 지점에 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서 세종포천고속도로 선단 IC를 나와 43번 국도와 364번 지방도를 이용하거나, 옥정 IC를 나와 56번 국지도를 거쳐 379번 지방도로도 갈 수 있다.
선단 IC나 옥정 IC에서 나오면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364번 지방도를 이용할 경우 제3 공영주차장이 있는 상류의 왕방계곡이, 379번 지방도 구도로는 제1 공영주차장이 있는 탑동계곡이 각각 나온다.
이 계곡의 특징은 대표적 물놀이 공간이 제1, 제2, 제3 공영주차장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물놀이 장소 인근에 경기도와 포천시가 관광 명소화를 위해 공영주차장과 쉼터등 생활SOS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제1 공영주차장은 탑동초교에서 상류 1㎞ 지점에 있는데, 왕방명가나 길손식당을 기준으로 찾으면 쉽다. 물놀이장은 공영주차장과 식당, 또는 도로 어디에서나 바로 내려갈 수 있다.
이 곳은 수심이 어른 무릎에서 허벅지 사이 깊이로, 계곡 양 가장자리가 깨끗하게 정비돼 있고 폭이 넓은 데다, 물결이 세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아주 좋다.
이어진 비에도 바닥의 모래가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은 맑고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병풍처럼 계곡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도 탑동계곡의 자랑이다.
계곡 중간 중간에는 커다란 돌 징검다리가 설치돼 수심과 물살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며 쉼터 역할도 한다. 왕방명가 맞은편 계곡 가장자리 숲 아래에는 돌과 시멘트로 된 폭 3, 4m의 평평한 데크형 쉼터가 길게 조성돼 있어 그늘 좋은 곳 아무 곳에서나 걸터앉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2 공영주차장 인근 명물 '배꼽다리'
제2, 제3 공영주차장 인근 계곡에도 비슷한 형태의 쉼터가 조성돼 계곡 전체가 누구나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제2 공영주차장은 답통계곡과 3주차장이 있는 왕방계곡 사이에 있다. 1주차장 인근이 보통 하천에 비해 물살이 세고 폭이 넓은 맑은 개울 정도라면 2 주차장 쪽은 인공미가 많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계곡 형태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가 배꼽다리다. 주차장에 나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시설물인 데 아치형 나무다리로 계곡을 가로지른다.
배꼽다리는 조선 중엽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 선생이 토정비결을 쓰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 우리나라 동서남북의 한 가운데일 것으로 생각해 표시한 암각문 근처에 세워진 다리다. 배꼽은 우리나라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배꼽다리를 건너면 작은 공원과 산책로가 나오고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을 지나면 동두천의 자랑거리인 자연휴양림과 연결된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 이 곳에 자리 하나를 깔고 누워 잠시 하늘을 바라보면 온 여름이 시원하게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곳이다.
배꼽다리 끝에는 계곡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설치돼 있는 데, 계단은 마치 아름다운 지하세계를 통하는 통로같은 느낌을 준다.
배꼽다리 아래 일대가 제2 공영주차장 일대의 대표적 물놀이 공간이다. 넓게 펼쳐진 바위 군데군데 꽤 깊은 웅덩이 형태의 작은 물놀이장이 형성돼 있다.
배꼽다리에서 상류 쪽으로 400여m 쯤 더 올라가면 제3 공영주차장이 있는 왕방계곡이 나온다. 샘터식당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탑동 전체 계곡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다. 주차장 규모도 가장 크다.
왕방 계곡 최고의 '핫 플레이스', 팬션이 있는 '진풍경'
주차를 하고 내려오면 가장 먼저 가슴이 시원해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가지런히 정비된 계곡 건너편 언덕 위에 '엔틱'한 통나무 팬션이 자태를 뽐내고, 그 옆으로 작은 폭포가 계곡을 향해 쏟아진다.
계곡으로 쏟아지는 이 폭포 물살과 맑고 투명하게 계곡을 꽉 채운 계곡물, 흐르는 물소리, 녹색의 숲이 어우러져 한 편의 '동화나라'를 연출한다.
이 작은 폭포 아래가 물놀이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어른 정강이 높이의 물길을 가로질러 쌓인 커다란 몽돌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져 내려오는 물줄기와 물소리는 계곡을 찾은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이 곳 바로 아래에는 하상 바닥을 가로지르는 포물선 형태의 넓은 '보'가 있다. 수량이 많으면 물이 넘쳐 흐르고 적으면 구조물 아래로 흐르도록 돼 있어 일명 '잠수교'로 불린다. 이 '잠수교'위에 걸터 앉아 내려오는 물살을 그대로 맞는 것도 이 계곡 물놀이의 묘미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한적하게 계곡을 이용하고 싶다면 왕방계곡에서 상류 쪽으로 더 올라가면 된다. 700~800m 올라가면 '왕방폭포수농원'이 나오는 데 여기까지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곡이다.
상류 계곡은 정비된 쉼터나 주차장이 별도로 없고 폭도 좁지만 계곡 군데군데 좀더 깊은 웅덩이 형태의 '소'가 있고 바위틈을 돌아 나오는 물살이 '콸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자연형 계곡이다. 차를 이용해 운전하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지금의 아름다운 계곡은 지난한 행정력의 결과
이처럼 쾌적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탑동·왕방 계곡은 2019년까지만 해도 평상 등 불법 시설물이 즐비하고 음식물을 팔려는 상인들과 자리를 좀 더 싼값에 이용하려는 피서객간 실랑이와 고성이 오가던 곳이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불법의 현장이어서 주민들과 이용객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자 경기도가 '자연 그대로의 계곡 복원'을 천명하고, 동두천시와 함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지난한 싸움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3㎞에 펼쳐진 이 계곡에는 공영주차장 3개소(주차면수 106면)와 곳곳에 깨끗하게 정비된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꼭 이들 3개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운전을 하다 맘에 드는 물놀이 장소가 나오면 도로가 빈 곳에 주차한 뒤 곧바로 시원한 계곡에 뛰어들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약 430여 m의 쉼터공간과 물놀이장 11곳이 조성돼 있다. 물놀이장은 정비를 통해 계단 형태나 물줄기에 따라 자연스레 웅덩이 형태로 조성됐다.
계단 형태로 정비된 물놀이장은 수심이 깊지 않아 어린아이들을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으며, 웅덩이 형태는 성인 기준 허리 높이 이상이어서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잘 정비된 계단 형태의 공간과 자연형 공간이 혼재돼 있어 말 그대로 원하는 구간을 선점만 하면 나만의 작은 수영장을 가진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계곡 중간 중간에 기존 등산로를 정비한 둘레길(3.5㎞)과 자연휴양림도 조성돼 있어 물놀이와 함께 숲속 체험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관광명소로 꼽힌다.
이날 만난 김미순(33·여·서울시송파구)씨는 "바가지 요금과 불법시설물이 없다는 소문이 계곡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어 와 봤는데, 이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쉼터와 다양한 형태의 물놀이장이 조성돼 있을 줄은 몰랐다"며 "인근 팬션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함께 온 아이들과 아예 하루 묵으며 실컷 힐링을 하다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왔다는 이철수(21·경기성남)씨도 "친구가 하도 좋다길래 와 봤는데 물이 너무 깨끗하고 시원하다"며 "친구들과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마치 초등학생 때 같이 소풍 온 기분도 들고 너무 좋다"고 연신 웃음을 지었다.
계곡지킴의 역할도 한 몫
자연 그대로의 '경기계곡'으로 돌아온 뒤 현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행정기관의 피땀 어린 노력 이외에도 계곡의 불법을 감시하고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계곡지킴이의 역할이 크다.
하천지킴이 4명과 공무원 5명 그리고 지역공동체 주민 20명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이달 말까지 거의 매일 쓰레기 무단투기나 취사 등 불법 행위를 감시하며 이용객들의 안전을 지킨다.
하천지킴이 김홍배(70) 반장은 "시설 개선이 이뤄지면서 찾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취사가 안되는데 종종 삼겹살을 구워먹는다는 민원이 들어올 때가 있다. 어렵사리 청정계곡으로 복원한 만큼 이용객들도 함께 지켜나간다는 마음으로 이용 수칙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곡에서는 숙박과 취사를 할 수 없다. 숙박을 원한다면 계곡 인근의 '자연휴양림'과 '놀자숲'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숲은 숙박 이외에 또 하나의 경험하지 못한 추억을 선사한다.
숙박과 또하나의 추억은 '자연휴양림'·'놀자숲'에서
자연휴양림은 약 70만㎡ 규모로 계곡과 직접 연결돼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데 펜션형(숲속의 집) 9실과 콘도형(산림휴양관) 17실 그리고 야영데크 (15개소) 등 숙박 시설이 있다.
또 잔디광장과 야생초화원, 계곡 및 숲놀이터와 산책로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유아숲 체험원과 나눔목공소 등의 교육시설도 마련돼 있어 계곡놀이에 이은 색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휴양림 인근의 또다른 체험형 놀이터 '놀자숲'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폐장 1년여만인 지난달 28일 재개장한 놀자숲은 왕방계곡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14만여㎡ 규모의 공간에 펀클라임과 네트어드벤처, 에어리얼 로프코스, 슬라이드 등 실내 놀이시설과 하늘데크, 계곡위 네트어드벤처, 익스트림 슬라이드, 물놀이장, 등 즐길거리를 가득 채웠다.
맑은 날 야영과 함께 별똥별을 보고 싶다면 '소요 별&숲 테마파크(상봉암동 산18번지 일원)'도 좋다. 잔디마당, 숲속 놀이터, 각원, 초화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갖춰 아이들과 한바탕 시간을 보낸 뒤 밤하늘 별똥별을 보는 추억은 쉽사리 만나기 어렵다.
깨끗하게 정비된 계곡에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시설이 있는 동두천에서 의 여름 휴가는 새로운 자연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장담할 수 있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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