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매입기준가…정유사가 공급가 아닌 매입기준가 낮춰야" 올해 들어 휘발윳값 고공행진은 자동차를 운전하기 겁나는 수준이다. 연초 리터당 1400원 대였던 휘발윳값이 7월 들어 2110원 대로 치솟았다.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폭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내리고 정부가 세금을 깎아줬음에도 휘발윳값은 거꾸로 상승했다. 소비자들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7월 첫째 주(3~7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116.8원으로 집계됐다. 6월 둘째 주(6월 5∼9일)의 2037.5원보다 79.3원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흐름과 상반된 모습이다. 현지시간으로 6월 둘째 주 싱가포르 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4.0~117.5달러를 나타냈다. 7월 첫째 주에는 배럴당 99.0~104.2달러로 떨어졌다.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는 싱가포르 시장의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그런데 두바이유 가격이 15% 가량 떨어졌음에도 국내 휘발윳값은 거꾸로 약 4% 오른 것이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그 사이에 정부가 유류세까지 깎아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법정 최대한도까지 늘렸다. 유류세 인하폭이 7%포인트 확대되면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리터당 58원 줄었다.
7월 첫째 주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0.9원만 하락해 세금 인하분이 채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주일 새 두바이유 가격이 상승한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배럴당 7달러 가량 떨어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제 가격 추이에 따라 공급가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가격은 주유소 사업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정유사들의 제품을 매일 사는 게 아니라 월 2~3회 정도 구매하기에 시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유소들이 판매하는 휘발유는 과거에 사들인 제품이라 정유사들이 실시간으로 공급가를 조절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주 가량 걸린다는 이야기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정유사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주유소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주유소 사업자는 "정유사 공급가는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가격일 뿐"이라며 "실제로 각 주유소들이 사들이는 가격은 매입기준가"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등의 매매는 사후정산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주유소는 일단 매입기준가로 정유사의 제품을 산다. 이후 1~2개월에 한 번씩, 그간의 국제유가 흐름, 지역별 특성, 구매량 등을 반영해 사후정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가격 결정에는 공급가보다 매입기준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가 휘발유 공급가를 리터당 100원 넘게 인하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SK에너지의 휘발유 매입기준가는 12일 리터당 1882원에서 13일 1877원으로 5원만 내렸다.
한 주유소 사업자는 "사후정산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므로 매입기준가가 충분히 하락하지 않는 이상 주유소도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분이나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휘발윳값은 국제유가에 연동한다면서도 실제 흐름은 다른 경우가 잦으니 소비자들의 불신, 불만이 적잖다.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하락할 때는 느리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실시간 반영"을 강조하면서 요즘 저마다 공급가를 낮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체감할 수 없다. 휘발윳값 인하를 피부로 느끼려면, 공급가뿐 아니라 매입기준가도 낮춰야 할 것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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