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요금제, 이통사 배만 불릴 듯…요금 자체를 내려야
경쟁 사라진 이동통신 시장…제4 이동통신 허가 필요 참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나 정권이 바뀐 초기에는 새 정권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고 기업들도 납작 엎드려 새 정부의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지지율이야 정치의 영역이니 논외로 제쳐두더라도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동통신 3사 대표를 불러 놓고 요금제와 관련한 압력을 내비쳤지만 돌아온 반응은 '시늉' 그 자체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중간요금제안, 이통사 배만 불릴 듯
전말은 이렇다. 우리나라 5G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 월 10GB는 5만5000원이고, 110GB는 6만9000원이다. 10GB 이상 110GB 이하를 사용하는 사람은 돈을 아끼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10GB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110GB 요금제를 채택하는 수밖에 없다. 식당에 비유하면 맛보기와 곱빼기 메뉴밖에 없는 셈이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 점을 지적하고 이통사에 중간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압박한 것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중간요금제안은 24GB에 월 5만90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금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10GB와 110GB 사이의 100GB 간격을 조정하자는 것이 중간요금제의 취지였는데 24GB 요금제만 신설한다면 빈 구간은 여전히 86GB나 된다. 장관이 중간요금제를 언급했을 때는 적어도 30, 60, 90GB로 나누거나 20, 40, 80GB로 구간을 나눠서 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게 당연한 상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간요금제라고 제시한 것이 기존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대로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확정되고 KT와 LGU+가 비슷하게 뒤를 따른다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고 이통사의 주머니는 더 두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GB 정도로 집계됐다. 그런데 평균 데이터 사용량보다 적은 요금제를 신설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GB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이 4000원 더 내고 24GB로 옮겨 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110GB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는 24G로 바꾸기에는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여서 그대로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요금 인하가 핵심
아무리 독과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반하는 극히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이통 3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엄연한 사기업이다. 외국인을 포함해 주주들이 있고 이들은 경영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로 쟁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 아닌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압박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물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새 정부 초기 근육에 힘이 잔뜩 들어갔을 때이니 한 번쯤 윽박질러 볼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간요금제가 아닌 요금 인하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연 10GB 요금이 월 5만5000원이 합당한가? 대충 계산해 보더라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우선 10GB 요금과 110GB 요금의 차이 1만4000원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10GB 데이터의 가치는 1400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가 회선 등록과 유지를 위한 비용, 기본료가 더해진다. 또 사용량이 10GB를 초과할 때 1Mbps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용도 있다. 그리고 멤버십 제공에 따른 비용과 설비 투자 재원을 포함한 이통사의 수익, 이런 것들을 더하면 요금이 나오는데 그래도 5만5000원은 비싸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싸다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5G가 상용화된 지 만 3년이 넘었고 전체 가입자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2400만 명이 5G에 가입했다. 이통 3사의 영업이익도 작년에 4조 원을 넘었고 올해는 4조5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기술이 적용된 서비스가 출시 초기에는 다소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5G는 이미 탄탄한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이동통신, 경쟁이 사라진 황금분할의 시장
흔히 이동통신 시장을 얘기할 때 황금분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SK텔레콤과 KT, LGU+가 시장을 5:3:2로 나눠 갖고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뜰폰이 활성화된 이후 다소 변화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가입자를 감안하면 황금분할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이 없다는 것은 이동통신 3사의 광고를 봐도 알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거나 통신의 품질을 자랑하는 광고는 언제부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서로의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는 경쟁심리가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가격 경쟁은 사라지고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중간이 뻥 뚫린 기이한 형태의 10GB, 110GB 요금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 3사는 현실에 만족하면서 통신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고 수익성만 극대화하는 경영을 해 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력, 제4 이동통신 필요성 대두
앞으로 자율주행이나 IOT 등 신산업과 관련해 이동통신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러한 신산업의 경쟁력에 이동통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3개 회사 체제로는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는 선의에 기대한다면 그것은 바보짓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시장이라는 어항에 기존 3개사 이외에 새로운 경쟁자 메기를 풀어 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010년 이후 7차례나 추진된 제4 이동통신 사업을 다시 들춰보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일본, 미국, 중국, 독일이 모두 제4 이동통신을 허가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의 규모를 떠나 3개의 사업자는 안주하면서 담합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7번이나 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는지를 분석하고 적극적인 후원 정책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 선정에 나서야 한다. 신규 사업자에 대해 경쟁력 있는 주파수를 우선 할당하고 일정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때까지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무선망을 합리적 대가로 로밍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유선을 포함한 기간 통신 사업자의 설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동통신 시장에도 경쟁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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