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 핑계 삼아 유사 행태 답습하려는 모양새
與 대변인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것"
국민 눈높이와 거리먼 인식…독선·오만으로 비쳐
도어스테핑 잦은 거친 발언…하락 지지율에 악재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출근길에 웃으며 기자들을 만났다. 첫마디는 "장마로 많이 습하다"는 날씨 얘기였다. 곧바로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질문이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사전 검증 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해 보세요"라며 "사람들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웃음기가 가신 굳은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두 질문 만에 자리를 뜬 것은 드문 장면이었다. 이날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평소보다 빨리 끝났다. 부실 인사·검증 지적에 불쾌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인사논란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전(前) 정권보다 우리가 훨씬 낫다"는 식으로 반박하는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전날 도어스테핑에선 "우리 정부는 그런 점(업무 전문성·역량)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저는 자부한다"며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명 등으로 '검찰 편중 인사' 비판이 높았던 지난달 8일엔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17일엔 야당의 '정치보복 수사' 주장을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정부 수사를) 안 했나"라고 일축했다.
선거에서 미래를 위한 국민 선택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입에서 과거 정권을 핑계 삼아 유사한 행태를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정권 교체를 위해 윤 대통령을 밀었던 유권자들은 실망하거나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지금도 그렇게 한다면 왜 정권교체를 했나"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 눈높이와 다른 현실 인식을 대통령이 자꾸 드러내면 민심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독선·오만·오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을 자초하는 자살골이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현상)를 보인다. (지지율 하락 이유가) 인사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며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신경 안 쓴다'는 말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다, 국민의 뜻에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지지율 신경 많이 쓴다"고 전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질타가 쏟아지자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지지율) 신경 안 쓰는 대통령, 정치인이 어디 있겠느냐"며 "뚝심 갖고 하겠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거친 발언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그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져 고전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은 대표적이다. 야당은 '1일 1망언'이라며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의 입'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 만큼 '입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입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스스로 판 무덤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슬아슬한 사례가 잇달았다.
윤 대통령은 주무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제'와 같은 중대 현안을 놓고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해 정책 혼선을 부채질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엔 "대통령은 처음이라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의 솔직한 심경을 알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언어가 아니다" "너무 거칠어 위태위태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앞선다. 대통령 메시지는 최종적인 정부 입장이다. 절제와 정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최후의 보루는커녕 나서서 꼬이게 만드는 일들이 수시로 재연될 공산이 적잖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말 불편한 질문을 받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오늘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고한 일이었다"며 "대통령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친 언행은 곧바로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안 그래도 40%대 초반으로 주저앉고 있는 국정 지지율이 30%대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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