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의 그늘…경쟁도, 소비자 편익도 사라진다

UPI뉴스 / 2022-06-24 15:03:47
양대 국적항공사의 합병 앞두고 가격 상승 등 독점 폐해
북미·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경쟁사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
독점 몰아주는 건 정의로운 해법 아냐…JAL 회생 참고해야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여행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인천공항이 다시 북적거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숫자가 부쩍 오른 항공권 가격에 낙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른 여파라고 한다. 

문제는 유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1988년 출범한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 더불어 양대 국적 항공사로서 30여 년간 경쟁 구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합병을 앞두고 독점의 폐해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수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권 가격 역전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의 경쟁노선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비싼 적이 없었다. 후발주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격이 역전했다. 아시아나 항공권이 더 비싼 경우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오는 9월 7일 인천공항에서 뉴욕 JFK공항으로 가는 편도 일정으로 가격을 비교해 봤다.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아시아나가 더 비싼 등급의 좌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6월 24일 조회
▲아시아나 홈페이지 6월 24일 조회

팬데믹 이후 정상화 속도에서 아시아나가 상대적으로 늦기 때문에 이런 가격 역전이 나타났다는 변명은 가능하다. 또 인수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권 가격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시아나의 경쟁 욕구가 이미 꺾여버린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합병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경쟁은 언제나 좋은 것

국적 항공사만 놓고 볼 때 인천-뉴욕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동시에 취항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워싱턴은 대한항공 노선만 있다. 그리고 인천에서 뉴욕과 워싱턴은 비슷한 거리에 있다. 그러나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 이전 왕복권 기준으로 뉴욕이 80만 원 정도 저렴했다. 그 이유는 경쟁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합병이 마무리되면 독점 노선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두 항공사 소속의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합치면 상황은 심각하다. 일본 노선의 경우 두 항공사가 합쳐지면 점유율이 57.3%에 달하고 중국은 45.7%, 미주 노선은 73.3%에 달하게 된다. 저가 항공사가 많이 취항하고 있는 동남아 노선도 42.9%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독점 상황을 우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인수 합병을 승인해주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두 항공사의 결합으로 중복되는 119개 노선에 대해서 경쟁 항공사의 신규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슬롯 반납 등의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 또는 도착시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 특정 활주로를 일주일에 며칠, 몇 시간 이용할 수 있게 배정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노선인 북미나 유럽은 경쟁사가 뛰어들 수 없는 게 항공업계의 현실이다.

북미나 유럽 노선의 경우 외국 항공사와 완전 경쟁 상태라는 점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우리 교민이 많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려면 경유 노선을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원천적으로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합병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된 이후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내놓은 해법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였다. 당시 대한항공의 조원태 회장은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주주연합과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제3자 유상 배정 방식으로 10%가량의 지분을 획득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으로서는 아시아나 항공을 선물로 받은 것을 넘어서 탄탄한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조 회장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항공운송업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물론 아시아나의 7조 원이 넘는 부채,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뾰족한 묘수가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항공운송업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의 편익을 갉아먹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의 JAL이 부러운 이유

일본도 국적 항공사로 JAL과 ANA가 있다. 예전부터 여러 번 경영 위기에 빠졌던 JAL은 2010년에 이르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JAL의 국제선 부문을 ANA가 흡수하는 계획이 검토됐다고 한다. 국가 대표 항공사는 하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의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77세의 나이에 단 세 명의 측근을 데리고 JAL에 들어가 1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고 2013년 3월에는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 은퇴하고 불교에 귀의했던 그가 JAL의 회생에 나선 것은 독점은 악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JAL이 파산해 ANA 하나만 남아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독점 상태에 빠지는 것은 대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2만 명의 인원을 감축했고 일본 사회가 그러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는 점도 부러운 대목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마무리되면 항공운송업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건전한 시장에서 하나가 흔들린다고 한쪽에 몰아줘서 독점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의로운 해법이 아니다. 독점적 사업자는 그 지위를 어떤 식으로든 악용해 몸집을 불릴 것이고 부채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의 편익을 갈취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해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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