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란 용어는 허상"…尹 면전서 31세 행정관 쓴소리

허범구 기자 / 2022-06-20 19:54:10
홍준표 캠프 출신 행정관 여명 "허상부터 깨야한다"
대통령앞 10분간 청년정책 직보 파격…취임후 처음
尹 대통령 "문제의식 공감…청년희생 구조 안돼"
'청년 중용' 내각 인사 기대 이하 비판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 평소와 달리 파격적 진행이 있었다.

정무수석비서관실 소속인 여명 행정관이 '청년 정책'을 주제로 직보한 것이다. 1991년생으로 31세인 젊은 피다.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실 여명 행정관. [여명 행정관 페이스북 캡처]

여 행정관은 약 10분 동안 윤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들에게 '청년과 청년 정책' 등을 주제로 보고했다. 마이크를 잡자 윤 대통령 면전인데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행정관 직보를 받은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여 행정관은 "여의도에서는 20대 여대생부터 40대 싱글맘까지 다 '청년'"이라며 "너무나 다른 사람들인데 정치권이 한 묶음으로 보고 청년만 외치니 와닿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허상부터 깨야 한다"고 직언했다.

그는 "90년대생 눈으로 볼 때 청년이란 용어가 허상에 가깝다"며 "청년 문제를 세대별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대 여대생, 30대 워킹맘, 40대 싱글남, 군필, 취준생이 모두 청년인데 너무나 다른 이들을 어떻게 한 단위로 묶어 청년 정책이란 이름으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각 세대, 성별로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 행정관은 "정치권에서 청년 정책이란 단어가 10년 동안 유행하면서 '청년수당' 같은 게 생겼지만 청년의 삶을 단 1도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청소년 경제실물 교육 강화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 집중 육성 △생애 주기별 직업 전문성 강화 △직군별 육아휴직 대체자 풀 상시 운용 △기성세대와 청년 연금 부담률 형평성 조정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 관계성 회복 정책 등을 제안했다.

여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인국공' 사태, '조국 사태' 등을 거론하며 "청년을 치열한 경쟁 사회에 내몰아놓고 국가가 경쟁 시스템에서 반칙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 반칙을 없애달란 게 청년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들은 뒤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며 "청소년 가정부터 경제 현실에 대한 실물 교육도 해야 하고 성인이 돼서는 기성세대 혹은 기득권 노동자가 청년들을 희생시키는 구조로 가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일자리를 찾고 취직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기득권 노동자가 청년 노동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게 청년 고민 중 가장 큰 근본적 이유"라며 "청년들이 힘든 이유는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가르쳐줄 수 없는 교육 제도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청년이슈 관련해 현장에서 청년들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번에도 청년의 목소리로 직접 보고를 듣고 싶어 했다"며 "1990년대생 행정관이 오늘 상당히 상세한 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20~30대 장관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청년 중용'은 대통령실과 내각 인선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91년생 행정관의 직보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 행정관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캠프 대변인을 지낸 친홍계 인사다. 2018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5월 대통령실 출범과 함께 행정관으로 근무중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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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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