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꽃 피면 시들어 죽어…특별한 관리 필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있는 이른바 십리대밭 등에서 왕대나무와 구갑죽에 꽃이 핀 모습이 포착됐다. 문제는 대나무가 개화할 경우 숲 전체가 말라죽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 대나무숲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에 따르면 최근 태화강 삼호대숲 등 국가정원에서 왕대나무와 구갑죽 일부가 고사하는 이른바 '대나무 개화병'이 퍼지고 있다.
울주군 두동면 대곡댐 주변과 웅촌면 회야댐 주변, 두서면 미호마을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왕대나무가 꽃을 피우다가 올들어 거의 말라죽는 양상이 발견되고 있다.
생물학 박사인 정우규 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은 14일 "태화강 일대 생태계 현황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태화강 국가정원에 있는 '구갑죽'에서 꽃이 핀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로 추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구갑죽'은 죽순대(맹종죽)의 변종이다. 죽순대는 조선말에 도입됐으나, 구갑죽은 개항 이후에 국내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한 식물'로 취급받는 구갑죽은 나누어 심지 않은 탓에 가꾸는 곳과 그루 수가 많지 않다.
대나무는 생물학적으로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벼과'에 속하는 전형적인 풀 종류와 달리 지상부와 잎이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상에는 나무 형태로, 지표와 땅속엔 본체인 땅속 줄기(지하경)와 이에 달린 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하거나 재배되고 있는 대나무아과 식물 가운데 산에서 자라는 조릿대와 제주조릿대 등은 꽃을 피우고 씨(죽실)를 생산, 흉년을 나는데 도움을 준 식물로 옛 문헌에 수록돼 있다.
하지만 왕대나무나 구갑죽, 맹족죽(죽순대), 솜대나무, 검정죽(오죽)은 꽃은 피우나 씨를 생산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왕대나무 등 대나무는 유전적으로 같은 한 어미그루(모주)에서 자라나온 땅속줄기로 연결된 영양체인 경우여서 한 그루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줄기와 뿌리가 완전히 죽는다.
이후 뿌리에서 숨은 눈(잠아)이 자라면서 다시 재생되지만, 꽃이 피기 전과 같은 상태로 대나무 숲이 회복되는데 10여 년 이상이 걸린다는 게 정우규 박사의 설명이다.
대나무 개화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련 학설로 60년 또는 120년 만에 핀다는 '주기설'과 특정한 영양분이 소진되면서 영양 부족으로 발생한다는 '영양설' 등이 있다.
정우규 박사는 "시골의 대나무숲이 망하는 것은 대나무 제거에 필요한 노력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어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으나 대나무숲을 조성하고 있는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꽃이 피는 것은 큰 문제"라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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