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문패 떼고 '들락날락'방으로 변신
이강식 교장 "잠자는 학생 공간도 편하게" 요즘 경남 양산시 효암고등학교에 가면 교장실을 찾을 수 없다. 교장실이 없는 건 아닌데, '교장실'이란 문패가 사라졌다. '들樂날樂'이란 문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권위주의적 학교 공간을 학생 중심의 수평적 공간으로 바꾸는, 변신의 첫걸음이다.
효암고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지정되어 공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들락날락'은 소파를 치우고 탁자를 놓아 회의실을 겸하는 공간이다. 유리창의 선팅지는 벗겨내 안이 훤히 보인다. 교장이 무엇을 하는지 누구나 볼 수 있다.
방 이름 '들락날락'은 '들고 나면서 서로 즐겁자'는 뜻이라고 한다. 청소는 주로 방 주인(교장)이 맡아서 한다고 효암고 관계자는 밝혔다.
효암고는 홈페이지에 교장 인사말 대신 교직원 인사말을 게재했다. 학교는 '넘어지면서도 민주시민 연습을 같이 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효암고에서는 교복의 착용여부도 매년 학생들이 결정한다.
효암고는 오랜 인습에 따라 중앙에 설계된 교장실과 행정실을 해체하고 이를 학생들의 품에 돌려주기 위해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회의를 열어 구상 및 설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효암고는 회의를 통해 미래의 '들락날락'과 행정실은 본관 뒤편의 화장실 옆으로 이동하고 중앙 중심의 판옵티콘 구조는 없애기로 했다. 또 정남향의 양지 바른 1층 중앙통로를 1학년 학생들의 몫으로 배정해 학생들을 위한 테라스를 꾸밀 계획이다. 한정된 예산과 공간 등의 문제가 있지만 구성원들이 시행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효암고 측은 "사립학교 분담금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학으로 한 학급에 32명이 수업을 받으며, 앞자리 학생은 칠판 바로 앞에 붙어서 필기를 할 정도"라며 "그러나 학생들은 다락방에서 과자를 먹으면서도 풍부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교생실습을 온 졸업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유튜브에 모교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이강식 교장은 "잠자는 학생의 공간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자든 말든, 듣건 말건 그들의 몫이며 존중하면서 함께한다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효암고는 잠자는 학교는 아니다. 양산시내 내신 상위 50% 학생이 지원하는 전통의 명문 사학이며 입시 결과는 경남도내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미 고인이 되신, 채현국 명예이사장이 남긴 '쓴 맛이 사는 맛'에, '들락날락'을 덧붙이고 싶다"며 "쓴 맛도 소통하면 즐겁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PI뉴스 / 안혜완 기자 ah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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