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봉변 홍영표 "배후 있다"…민주 계파 갈등 악화

허범구 기자 / 2022-06-08 15:27:58
洪, '개딸' 겨냥해 "갈수록 폭력적…상당히 조직적"
"이재명, 당 위해 희생하려 출마했다는 건 거짓말"
김남국 "올바르지 않은 지지 표현…안타깝고 죄송"
진중권 "李 대표되면 민주 몰락…알면서도 못막아"
6·1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 등 반명계의 다툼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했다 사무실 앞 '대자보 테러'를 당한 홍영표 의원은 8일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 6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사무실 앞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형 대자보가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문 핵심인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사무실 앞 비난 대자보 부착과 관련해 "점점 공격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자보는 이 의원의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문을 봉쇄하는 대자보와 사무실에 스티커 등을 붙이고 가고 있다. 직접 찾아와서 항의도 한다"고 전했다. 또 "(문자는)하루에 기본적으로 1000통, 많을 때는 2000통까지 받고 있다"며 "그런 것들을 과거에도 받아왔지만 갈수록 폭력적이 돼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말리고 비판해야 할 영향력 있는 어떤 사람들은 잘한다는 식으로 있다 보니 갈수록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조직적"이라며 "저는 (배후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누구를 찍어라' '누구를 찍어야 한다' 이걸 명확하게 기획한다. 상당히 조직적"이라며 "주요한 정치적인 상황, 특히 당내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어김없이 그런 것들이 온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의 인천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3m 대자보에는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는 비난 내용이 들어있다. 이 의원도 가입한 지지자 모임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대자보 문구 전문이 소개됐다. 대자보 주체는 "어느 2030 개딸 민주당 당원"이라고 적혀있다.

개딸 중 일부는 이 의원을 공격하는 민주당 의원이나 지지자를 향해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쪽 사람'이라는 의미의 '수박'이나 '똥파리' 같은 험구를 퍼붓는다. 욕설을 의미하는 18원을 의원 후원 계좌에 보내기도 한다.

홍 의원은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선거 때라 외부로 표출만 못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한 우리 당을 위해 이 의원이 희생하려고 (6·1 지방선거에) 나왔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것은 올바르지 않은 지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대자보 테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일단 몸을 낮추며 개딸들에게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비친다.

김 의원은 "이재명 의원은 품이 넓은 따뜻한 사람이다. 우리 지지자들도 넓게, 더 따뜻하게 품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상처만 될 뿐이고 정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오히려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포용하면 좋겠다. 더 예의 바르게 높이 모셨으면 한다"고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영원한 구제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며 "뻔히 다 알면서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전 교수는 "대중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처음엔 자기들이 이용하려고 선동하고 세뇌도 시켰겠지만 선동되고 세뇌당한 대중은 자기 동력을 가지고 자기들의 환상, 자기들의 욕망을 추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들에게 정당이나 인물은 별 의미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 의원이나 집단적 욕망의 표출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그렇게 빨아대는(지지하는) 존재를 내일 표독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며 "나치독재는 일인독재가 아니라 대중독재였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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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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