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제보다 스스로 높게 평가…타인은 저평가 인식 괴리"
바이든 한일 순방에 "'허구적 독특성' 기인한 인식차 좁혀야" 중국 관영 매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을 순차 방문한 가운데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한국 외교를 분석해 눈길을 끈다. 한 마디로 '주제 파악 좀 하라'는 얘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인식의 차이가 한국 외교에 미치는 영향' 제목의 기고문에서 지금의 한국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와 관련 국제정치 심리학의 개념들이 최근 한국의 변화를 관찰-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허구적 독특성'을 거론했다.
둥샹룽(董向榮)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겸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위원은 23일 환구시보 기고문에서 '거짓 독특성'이라고 부르는 이 개념을 사용해 한중간 인식의 괴리로 인한 한중 외교관계를 평가했다.
'허구적 독특성'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은 실제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예외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둥 연구원은 먼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민주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등을 거쳐 지난해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기까지 한국이 강한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그리고 올해 대선의 여·야당 후보에 이르기까지 비록 정치이념은 달라도 대국(大國)을 이루겠다는 목표에 있어서는 일치된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둥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국민'과 '세계 시민'을 거론하며 그 시야가 한국 국내와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주었고, 주제에서도 국내 통합과 사회 공정뿐만 아니라 자유와 민주, 인권에도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대목에서 "지금의 한국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와 관련 국제정치 심리학의 개념들이 최근 한국의 변화를 관찰·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허구적 독특성' 개념을 동원했다.
그는 "객관적 실제보다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은 저평가하는 '허구적 독특성'에 기인한 인식의 차이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중요한 동반자'임을 강조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한국이 홀대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양국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기존의 인식에 근거해 판단하며 새 정보와 기존 인식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경시하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이들은 초청 및 답방 횟수 등과 관련한 정상적인 외교 행위를 '결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중국 방문'을 요청하자 한국에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윤 대통령이 '시 주석 방한'을 역제안한 것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방한 약속을 '펑크' 내고 한번도 방한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정상외교는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방중 요청은 그 자체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둥 연구원은 "한국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국도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차이의 존재를 인식하고 수정해 객관적인 실제 상황과 일치시키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얼핏 주변 대국으로서 점잖은 충고 같지만 요약하면 '한국은 주제 파악 좀 하라'는 얘기다.
환구시보는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날 삼성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반도체 동맹 추진이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사회과학원 남북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산업망에서 한중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바, 미국의 포섭 노력에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경제 전문가인 순위(瞬雨)도 "중국의 장점은 바로 시장이며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전략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굳이 한미 반도체 동맹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위안정(袁征)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중국을 아태 지역의 최대 경쟁자로 간주하며 정치(쿼드 정상회의)·경제(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군사(인도-태평양 전략) 전방위적으로 포위망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 부소장은 22일 '중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가장 큰 도전자이자 위협으로 간주한다"면서 IPEF가 여타 경제협정이 보유한 교역 촉진 요소가 없고 디지털 경제·공급망 협력 등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비교해 아태 지역에서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IPEF에 초기 멤버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IPEF 참여와 중국과의 경제관계 유지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만큼, 이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거나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안 부소장은 또 쿼드(QUAD) 강화와 관련, 아태지역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다국 간 군사동맹이 출범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아태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인 바, 미국이 정치·군사적으로 대중국 포위 그물망을 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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