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계 곳곳 파업 전운…건설현장 '셧다운 공포'

설석용 기자 / 2026-05-20 17:22:44
부울경 '극적 잠정합의' 냈지만…최종 관문 남았다
수도권 협상 테이블 '전무'…'노조 인정 여부' 두고 충돌

레미콘 업계가 생존 기로에 놓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레미콘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연쇄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착공 물량 감소로 올해 레미콘 출하량이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노사 간 협상 테이블조차 꾸려지지 못하고 있어 총파업 위기감이 극 고조되고 있다. 이번 파업 행렬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 건설 현장의 셧다운(공사 중단) 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트레일러 차량과 믹서 트럭들이 강원도 한 시멘트 생산 공장에서 시멘트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지방 권역의 파업 위기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부산·경남 레미콘 운송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일 레미콘 제조업체들과 7차 교섭을 열고 운반비를 올해 3000원, 내년 3000원 인상하는 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앞서 6차 교섭까지 노조 측은 회당 2년간 총 1만 원(올해 5000원·내년 5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5000원 인상안을 제시한 사측과 팽팽히 맞섰으나 막판에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최종 타결까지는 한 차례 관문이 더 남았다. 노조 측은 이날 7차 교섭 직후인 오후 2시부터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는 다음 날인 21일 오후 2시에 마감되며,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확정된다.

 

만약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조는 다시 차량을 멈춰 세우는 총파업 시나리오를 가동할 방침이다. 앞서 부산과 경남 양산·김해·진해 지역 레미콘 운송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1.6%, 찬성률 85.4%로 이미 파업을 가결해 둔 상태다.

 

수도권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운송비 인상 폭을 논하기도 전에 아예 협상 테이블 자체가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교섭 방식'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는 11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어 지난 2024년까지는 각 권역별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한국노총 소속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획득하면서 갈등의 전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운송기사들이 법적 '노조' 지위를 주장하며 개별 권역이 아닌 '수도권 통일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사측에 4차례나 교섭 공문을 보냈지만, 제조사들은 단호하게 반응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측은 공문을 통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운반사업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한 바 있다"며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교섭 거부 이유를 밝혔다. 통일교섭에 응하는 것 자체가 사측이 운송총연합회를 정식 노조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노동청에서 신고 필증 하나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단체 교섭을 요구하는데, 이는 아직 사법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제조사들은 기존 방식인 권역별 협상을 원하지만 노조 측이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이 공전하면서 수도권 운송기사들은 총파업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레미콘운송노조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이 가장 위험하다. 협상 테이블이 단 한 차례도 꾸려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합의를 하겠나"라며 "결국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도권의 1회 평균 레미콘 운송비는 7만5900원으로, 최근 협상을 마친 대전(8만1000원)보다 턱없이 적다"면서 "수도권 물가가 훨씬 비싼데도 운송비는 오히려 지방보다 적은 상황"이라며 현장의 하소연을 전했다.

 

약 7500~8000명의 레미콘 운송 기사가 속해 있는 전국레미콘운송노조는 오는 28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 다음 달 8일부터 실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대전 지역에서 단 하루 만에 운송비 5.9% 인상안을 이끌어내며 철회했던 파업 대란이, 다음 달에는 수도권 전체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전국레미콘운송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운송비 협상에 진척이 있거나 매듭을 지은 곳은 충청권 등 일부 지역뿐"이라며 "국내 건설 현장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의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대전·세종·청주 등 충청권과 제주 지역만 협상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역은 협상 중이거나 협상 일정을 조율 중이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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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석용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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