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제 꿈, 유영하가 대신"…대구시장 선거에 '朴風' 불까

허범구 기자 / 2022-04-08 10:28:52
柳 지원 의지 천명…분신 내세워 '대리 정치' 시동?
2004·2006년 선거승리 vs 2010년 달성군수 패배
박정하 "朴영향 폭발적이진 않아…결정변수 못 돼"
최창렬 "책임 당원에 효과…경선 판도 좌우할 것"
에브리미디어 홍준표 44% 김재원 18.3%…柳 빠져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정치 메시지를 냈다. 6·1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유영하 예비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지난달 24일 퇴원해 달성 사저로 입주한 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못다 한 꿈들을 유 후보가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기가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도 했다.

▲ 국민의힘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유 후보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한껏 표시했다. 유 후보 지원을 위한 정치 행보를 작심하고 시작한 모습이다. "반드시 당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저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배신의 정치' 낙인을 찍어 큰 시련을 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유 후보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이심전심이었다"고 했다. 메시지 곳곳에 자신의 분신이 유 후보임을 각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리 정치'에 나선 것으로 비친다. 시험대는 물론 대구시장 선거다.

'박풍(박근혜 바람)'이 불까. 아니면 '선거의 여왕'은 옛 영광일까. 유 후보 성적표에 따라 '친박 정치' 부활 여부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판이 요동칠 수 있는 셈이다.

표심을 움직이는 '박근혜의 힘'은 역대급이다. 2004년 총선을 '천막당사'에서 진두지휘하며 위기에 빠진 당을 구했다. 2006년엔 '커터칼 피습사건'에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은요" 한마디는 판세를 뒤집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지원 유세를 하면 표가 풀잎처럼 우리 쪽으로 눕는 게 느껴졌다"며 "박 전 대통령이 선거 때 다녀간 지역엔 판세가 바뀌는 걸 확연히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거의 여왕'도 쓴맛을 본 적이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10년 6월 지방선거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수 선거에 나선 이석원 후보를 힘껏 도왔다. 10일 넘게 지역에 상주하며 지원유세를 펼쳤다. 그런데도 무소속 후보가 이겼다. 박 전 대통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게 중평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선 홍준표 의원이 '1강'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에브리미디어·경북매일 여론조사(지난달 31일과 1일 대구지역 남녀 유권자 1000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홍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44%를 기록해 선두를 달렸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18.3%로 2위였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4.4%,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 2.5%, 국민의힘 정상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 2.2%, 권용범 전 대구경북 벤처기업협회장 1.9%로 집계됐다.

2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홍 의원은 0.2%포인트(p) 떨어졌고 김 전 최고위원은 6.1%p 올랐다. 그래도 두 사람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20%p 이상이다. 국민의힘 공천룰에 따라 현역 의원 10% 감점을 감안해도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유영하 후보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광역단체장 경선 방식은 당내 선거인단 투표(50%)와 여론조사(50%)를 반영한다.

청와대 박정하 전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경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폭발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천을 좌우할 결정변수는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유 후보가 김 전 최고위원을 밀어내고 2위에 오를 수는 있겠으나 홍 의원까지 뒤집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변인은 "지방선거에선 자기 살림살이를 책임질 지역일꾼을 뽑겠다는 심리가 강한데, 유 후보는 대구와 연고가 별로 없이 갑자기 출마한 격"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동정, 연민이 아직도 많지만 표로 다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경기도에서 다녔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의 정치재개, 선거개입은 국민적 반감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동정심을 지지로 착각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소수 매니아층은 환호하겠지만 다수 국민은 실망해 유 후보가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YTN방송에 출연해 "대구라는 특정지역에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는 책임당원들에게 상당히 감정적인 호소와 일정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 시민여론조사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같은 방송에서 "여론조사에는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으나 대구 지역 당원들에게는 영향이 있다"며 "그래서 경선의 판도를 좌우할 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한두 번 더 메시지를 낸다면 홍 의원 등이 반응하고 경선이 과열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팔이, 대통령 당선자팔이 선거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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