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준석…'혐오 정치' 논란에 '안철수 변수'까지

허범구 기자 / 2022-03-30 10:28:07
'성별갈라치기'에 '장애인 폄훼' 발언으로 사면초가
李 "전장연에 사과안해"…당안팎 우려에도 입장 고수
스승 김종인도 호통…"여당대표되면 참고 자제해야"
안철수 "당으로 복귀"…李 인심 잃으면 安 기대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위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건드린 게 화를 불렀다.

역풍이 갈수록 거세며 이 대표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적들은 물론 '스승(김종인)'도 호통을 쳤다. 게다가 '안철수 변수'까지 생겼다. 

이 대표가 '혐오 정치' 논란에 휩싸인 건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적 성장에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수 있어서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소방청 제1회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연일 문제 삼았다.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한다. 출근길 시민은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찬반이 갈리는 만큼 이 대표가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욕을 먹진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민 볼모' 발언 등 거친 대응이 매를 벌었다. 전장연과 정치권에선 사과 요구가 빗발친다.

사실 이번 위기의 근원은 특유의 '논쟁 정치'다. 이 대표는 사안마다 갈등·대결을 마다하지 않아 '싸움닭'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성별 갈라치기' 혹평을 받는 건 대표적이다. '이대남(20대 남성)'은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한다. 그만큼 '이대녀(20대 여성)'는 싫어한다. 여성 홀대에 장애인 폄훼가 맞물리며 이 대표에겐 '혐오 정치인' 딱지가 붙게 될 판이다.

고집 세고 굽히지 않는 '성정'도 도마에 오른다. 사방에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군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시라"고 밝혔다. 이어 "불특정 다수의 시민 불편을 야기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당 안팎의 우려가 쏟아졌으나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수위 사회복지분과 위원들은 전날 전장연측과 만났다. 전장연은 '이준석 사과'를 요청했고 인수위측은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과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당대표가 항상 본인 스스로의 소신만 피력할 것 같으면 정치를 해나가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측면에서는 참고 자제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전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다.

그는 "곧 여당 대표가 되는 입장"이라며 "모든 상황에 대해 즉흥적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좀 참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전 위원장을 '스승'으로 불렀다.

국민의힘 임태희 상임고문도 전날 TBS 교통방송에서 "발언할 때 상대방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헤아려가며 해야 한다"라며 "이건 정치인으로 선을 넘었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이 대표를 탓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일부 최고위원은 6·1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며 발언 자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 앙숙인 인사들은 "너 잘 만났다"며 일제히 저격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SNS 자판만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하라"고 이 대표를 비꼬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에서 "저급한 방식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가 당 안팎으로 '인심'을 잃게 되면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안한다"며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그런 일들, 또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제가 공헌할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역할론을 자임했다. 특히 전장연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해당 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을 (전장연 시위) 현장에 보낸 이유가 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인수위 정책과 다음 정부 청사진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힘든 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정치 시작했다. 지금 말씀한 장애인 포함 청년 세대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다만 "당권이라는 게 이 대표 임기가 내년까지이니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커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6·1 지방선거 성적표는 분수령으로 꼽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추진중이다. 양당이 합쳐지면 당대표를 다시 뽑아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합당하면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한다'는 명분에서 새 대표를 선출해야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합당 후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국민의당 대표인 안 위원장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 위원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 이 대표가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석열 사람'들이 당내 주류로 자리잡은 것은 이 대표에겐 큰 부담이다. 안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면 '윤핵관(윤 당선인 핵심관계자)'을 위시한 주류 세력의 지원이 예상된다. 이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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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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