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꿈, 또다른 이들의 몫"…정치함의 관측
김재원 "명예회복 방법 예상…정치하는 이들 지원"
회견 중 소주병 날아와…朴, 돌발상황에도 웃어보여 박근혜 전 대통령은 24일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 모습이 보이자 '박근혜' '대통령'을 번갈아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아이가 건넨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으며 준비된 마이크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이루지 못한 꿈들은 이제 또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루지 못한 꿈' '작은 힘 보태겠다'는 등의 표현은 정치 활동 재개와 관련한 함의를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TK)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게 중평이다.
친박 출신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명예회복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다른 이들의 몫'에서 이들은 정치활동을 지금 하고 있는 분들일 것"이라며 "이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받아 못다 이룬 꿈을 이뤄달라고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6·1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에서 보수 후보들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발언 의미를 물어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 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또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그래서 이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달성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나가겠다"며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다.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발표하는 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주위에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소주병을 던진 것이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에게 미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곧바로 "엄호해"라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 근처로 모여들었다. 카메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 도로에 깨진 유리병 파편이 보였다. 지지자들은 "경호 똑바로 하라" "누군지 잡아라"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물건을 던진 40대 남성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약 1분간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 주위를 막아섰다. 상황이 정리된 뒤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으시냐'는 취재진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이야기가 끊겨서…"라고만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뒤 회견을 마치고 사저로 들어갔다.
소주병을 투척해 경찰에 붙잡힌 40대 남성은 자신이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의 피해자이며 "화가 나서 병을 던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은 "박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을 특수상해미수 및 집시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법살인 보복차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은 '사법 살인'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 정치적 판결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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