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봉 들고 대국민 직접 PT…국정 조정력 시험대
'광화문시대' 반쪽이행…소통위한 이전이 불통 지적
496억 예비비로 충당…민주 "말도안돼…최소 1조원"
기재부, 21일 경비내역 취합해 22일 국무회의 상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새 집무실의 용산 이전 결단을 내렸다. 용산 이전은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이전 반대' 주장이 거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추가 여론수렴 등 '속도조절론'이 제기됐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이날 '용산 시대'를 공식화했다.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지시봉을 들고 새 청사 조감도를 짚으며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소화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못 지킨 이유와 '용산 집무실'을 결정한 배경을 알리는데 공들였다. 대국민 설득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일에 맞춰 '용산 시대'를 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대선 승리후 불과 11일 만이다.
속전속결의 용산행에는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새 집무실 후보지 확정을 미루면 반대 여론 확산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임시 집무 후 추후 추진' 등의 우회로를 택할 경우 이전 동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윤 당선인은 보고 있다. 결국 전임자처럼 집무실 이전 공약을 포기하는 수순을 우려한 셈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제 상징"이라며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탈(脫)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핵심 공약이다. 졸속 추진에 따른 국정 혼란, 안보 공백, 국민 불편 등 각종 후유증 지적에도 윤 당선인이 물러서지 않은 이유다.
그런 만큼 충분한 소통과 여론 수렴을 외면한데 따른 반발과 저항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윤 당선인이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에 발표했던 '광화문 시대' 공약을 반쪽 이행했다는 비판이 번질 수 있다. '국방부도 구중궁궐'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국정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우선 대선 핵심 공약으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제시하면서 왜 충분한 검토도 하지 않았냐는 질타가 나온다. '광화문 대통령'이 지닌 국민 소통, 화합의 상징성이 사라졌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이 자칫 '불통'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적을 위해 과정이 무시됐다"는 불만에서다. 집무실 이전은 '국민과의 소통'이 최대 명분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하면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도외시했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번 집무실 이전으로 안보와 직결된 군의 주요 시설 이전이 불가피하다. 안보 공백에 따른 국민 불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로, 함참이 수도방위사령부로의 '연쇄 이동'이 조만간 이뤄진다. 이럴 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집중되면 대응 능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윤 당선인은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해서 국방 공백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전 비용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예비비 책정 등 이전 과정을 위해 현 정부와의 조율이 중요하다. 불협화음이 커지면 이전 시간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윤 당선인과 민주당 간 이전 비용 추산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건 난항을 예고한다.
윤 당선인이 회견에서 밝힌 이전 비용 규모는 496억 원 정도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최소 1조 원' 주장이 나온다. 이전 비용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를 인근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데 118억 원 △경호용 방탄창 설치를 포함해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새로 꾸리기 위한 리모델링 등에 252억 원 △경호처 이사비용 99억여 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과 경호시설에 25억 원 등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은 것"이라며 "1조 원이니 5000억 원이니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관련 예산을 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를 맡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오늘 중으로 행안부와 기재부에 사전에 실무적으로 협의돼 있던 예비비 예산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 제51조는 기재부 장관이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한 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재부는 오는 21일까지 국방부, 대통령경호처 등으로부터 이전에 소요되는 예상 경비 내역을 취합할 예정이다. 22일 열리는 국무회의에는 예비비 지출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비용을 과소 추산했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현 청와대 영빈관까지 모두 사용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대로라면 경호 경비에 따른 예산 투입도 지금의 2∼3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얘기하는 이전 비용은 그야말로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 정도를 옮기는 것 정도"라며 "청와대가 가진 첨단 장비, 특히 전국에 걸친 재난 상황에 대한 통제 센터의 이전 비용 등은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격했다.
국방부는 당초 청사 이전에만 최소 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의견을 최근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집무실 이사 비용 약 500억 원 외에 방호시설 재구축과 전산망 이전 비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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