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아니라면서 물건 이하 취급"…견공, '텅빈 눈빛'으로 말하다

조성아 / 2021-11-01 10:58:42
[반려동물과의 공존, 갈 길 멀다] ① 여전한 학대·유기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한다지만 동물학대 여전
시대흐름 뒤처지는 인식…펫인구 1500만 시대의 자화상
삽살개 '복실이'는 다섯 달을 당진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을 떠돌았다. '올무'가 걸린 채였다. 목엔 검붉은 피딱지가 덕지덕지였다. 인근 시골집에 입양됐다가 버려져 떠돌이개가 됐다. 시골 동네라 근처에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올무가 지천이었다. 

다행히 복실이는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두 번의 시도 끝에 지난 10월 6일 구조됐다. 상처가 깊었던 탓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목숨을 건졌다. 조금만 늦었다면 길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경기도 한 유기견 구조센터에서 한 달에 두 번 봉사활동을 하는 미란(38) 씨는 최근 그곳에서 만난 진돗개를 입양했다. '진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1년 전 처음 봉사활동을 갔을 때 한 쪽 구석에서 눈도 맞추지 않고 힘없이 늘어져 있던 진진이는 몇 달 전부터 미란 씨가 오면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눈에 밟혀 가족으로 맞이했다.

진진이는 한 쪽 다리를 전다. 이전 반려인에게 학대받은 탓이다. 진진이의 고향은 강원도 한 시골마을 개농장이었다. 미란 씨는 "진진이를 처음 본날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살고 싶은 의지가 전혀 없는 텅빈 눈빛이었다"고 회상했다.

동물의 지위는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동물이 처한 현실은 여전하다. 수없이 많은 반려동물이 매 맞고, 버려진다. 심지어 잔혹하게 살해되고, 고기로 유통된다. 또 다른 삽살이, 진진이는 도처에 있다. 인간 사회의 한복판에서 버려져 인간 사회의 주변을 고통스럽게 배회한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 자화상'이다.

▲목에 올무가 걸린 채 충남 당진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을 떠돌다 구조된 삽살개 '복실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되는 개들은 구조되지 못하면 결국 식용견으로 팔려가게 된다. 경북 구미의 한 개농장. [동물자유연대 제공]


관련 법과 제도가 진일보 중이기는 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신설된 민법 개정안이 지난 9월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적으로 동물은 '물건 취급'에서 해방된다. 전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국민의 인식변화를 법제도에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 심의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서구사회와 비교하면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동물의 권리'를 주장한 때가 18세기다. 한세기 지나 1876년 영국에선 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적 기준이 법적으로 체계화했다. 

21세기 한국에선 아직 '동물권'이란 인식 자체가 박약하다. 동물의 권리는커녕 도처에서 여전히 '물건' 이하로 취급된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사람의 인식은 뒤처진 채 과거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112 식별코드에 '동물학대'를 추가했다. '동물학대' 식별코드가 필요할 만큼 동물학대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 1~8월 경찰청에 신고된 동물학대 사건은 3677건에 이른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폭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별코드를 부여하면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관이 범죄 내용을 코드만으로 인식할 수 있고, 통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 학대는 동물에만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는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연쇄살인범의 경우 동물살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적잖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학대는 잠재적 폭력성을 동물을 통해 분출하는 것이다. 동물학대 그 자체가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의 상당수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제 동물복지는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로 봐야 한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조성아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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