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마음대로 해라" 3억원 요구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관개발 사업권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먼저 하고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동 개발 방식이 확정되기 2년 전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이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후수뢰(약속)로 기소한 A4용지 8쪽 분량의 공소장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안이 통과된 후 한 달 뒤인 2013년 3월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 계획도 너희 마음대로 다해라.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남 변호사에게 "2주 안에 3억 원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을 함께 추진하던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 씨로부터 돈을 받아 그해 4월∼8월 강남 룸살롱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총 3억5200만 원을 전달했다. 검찰은 이 돈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는 남 변호사 등이 공사 설립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공사 설립 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실제 화천대유 측에 편파적으로 일이 진행됐다는 점도 공소장에 적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로부터 사업자 선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4년 11월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실을 신설해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 지인인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해 화천대유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편파 심사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측과 맺은 사업협약·주주협약에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의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이익 1822억 원만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돌아가고 나머지 배당수익 4040억 원 및 수의계약을 통해 취득하는 5개 블록 택지의 분양수익 약 3000억 원이 화천대유에 지급된다는 사실을 유 전 본부장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봤다.
이후 지난해 10월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 씨에게 도와준 대가를 달라 요구했다. 김 씨는 700억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 약속하고 그 전달방식으로 총 4가지를 제안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세운 유원홀딩스 주식을 김 씨가 700억 원을 반영해 매수하는 방식 △천화동인 1호로부터 700억 원의 배당금을 직접 받는 방식 △김 씨가 천화동인 1호로부터 7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아 유 전 본부장에 증여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며 화천대유에 명의신탁 소송을 제기한 뒤 남 변호사를 거쳐 유 전 본부장에 전달하는 방법도 제시된 걸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이 올해 2∼4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700억 원에서 세금 공제 후 428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유 전 본부장에게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이러한 공소사실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 변호사의 녹음파일,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구성한 사실관계이기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데다 유 전 본부장이나 김씨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혐의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 공사 설립 과정의 도움도 빠져 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핵심 증거로 삼고 있는 정 회계사 녹취록의 증거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변호인은 "위례 사업이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친 내용이 녹음돼 주범으로 몰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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