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논문 검증시스템 필요..국민대만의 문제 아냐 "30년 만에 받은 귀한 졸업장도 포기하겠다."
10월 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 있는 해공 신익희 선생의 동상 앞에 국민대 동문들로 구성된 민주동호회 회원 10여 명이 모였다.윤석열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논문 재조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학교당국이 국민대의 명예를 지킬 생각이 없다면, 동문들이 차라리 졸업장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학교 정문부터 행진했다. 플래카드에는 '김건희 논문 심사 즉각 실시하라!', '창피해서 못살겠다! 졸업장 반납한다!'라고 적혀있었다. 10여 명의 동문들은 결의의 찬 눈빛이었다. 회원들 중 한 명은 "오랜만에 학교에 오는데 이런 일로 오게 됐다"며 한탄했다.
국민대는 7~8월 두 달에 걸쳐 김건희 씨의 논문 연구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한 후 "검증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본 조사 불가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는 "예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2012년 8월 31일까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선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본건은 검증 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 17일 교육부는 국민대에 '김건희 박사논문' 조사 계획을 밝히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김 씨의 박사학위 수여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민대 민주동호회 집회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장영달(73·국민대 행정 69학번) 우석대 명예총장도 참여했다. 장 명예총장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8년간 감옥에 다녀왔다. 다녀온 사이 학교에서 제적됐다. 겨우 복학해서 88년 학사졸업을 했다. 20년 만에 딴 졸업장이다. 하지만 국민대가 김건희 씨의 논문 사건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졸업장을 반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김건희 박사논문 의혹'이 모교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장 명예총장은 "일제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해방 이후 민족대학 하나쯤은 가져보자고 설립한 대학이 국민대학교다. 졸업장이 있다는 것을 명예로 삼았는데, 그런 모교에서 박사논문이 가짜로 작성됐을 의혹이 있다는 것은 모든 동문들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고 했다. 장 총장은 이날 모인 동문들 중 가장 선배다.
김창덕 국민대 민주동호회 회장은 "학위에 대한 공신력을 의심하게 하는 것은 민족사학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이다. 이는 국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가 논문 검증을 대학들에 자율적으로 맡긴 것이 문제다"라며 "논문은 개인의 습작이 아니다. 국민,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을 띤다. 검증시효를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투명한 논문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준홍 김건희 논문심사 촉구 비상대책위원장은 "250여 명의 동문들이 졸업장을 반납하는데 힘을 모았다. 졸업장을 받는데 30년이 걸린 분도 있어서 졸업장 한 장의 무게가 크다"고 했다.
국민대 민주동호회는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뒤 200여 장의 졸업장을 총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로 올라갔다. 전달은 장 명예총장이 대표로 했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김준홍 비대위원장은 집회 이후 통화에서 "총장님이 병가중이어서 교학부총장이 현관 앞에서 졸업장을 받고 면담하러 올라가는 것이 학교 측과의 협의 내용이다. 협의 중에도 기자들이 촬영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말했다.
동문들의 강력한 항의에 대해 국민대 측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김건희 씨의 박사논문 의혹 조사와 관련해 국민대는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10월 8일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KPI뉴스 / 이준엽 기자 joon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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