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인종차별'…"아프리카는 지금 백신이 필요"

김당 / 2021-09-24 12:07:10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 유엔총회서 일제히 '백신 불평등' 호소
남아공 대통령 "백신 82% 부자국에, 1% 미만만 저소득 국가에"
선진국에 "우리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No one is safe unless we are all safe.)"

 


부유한 나라들이 자국민들에게 세 번째 COVID-19 백신주사를 놓을지 여부를 고려하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첫 번째 백신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목요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강력하게 상기시켰다고 A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 공급의 불평등이 첨예한 조명을 받음에 따라 '우리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는 유엔 총회에서 하루 종일 반복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며칠 동안 유엔 총회 연설에서 COVID-19의 대유행을 막기 위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의 투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당연해 보인다. 9월 중순 현재, 4% 미만의 아프리카인들이 완전히 접종을 받은 가운데 전 세계에 공급된 57억 회분의 백신 분량의 대부분은 단지 10개의 부유한 국가에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Mahamat Idriss Déby Itno) 차드 대통령은 총회에서 "바이러스는 대륙과 국경, 그보다 더 적은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나라와 지역은 신종 바이러스의 변이를 생성하고 전파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COVID-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를 이탈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백신 접종을 위해 거듭 호소한 것을 환영한다. 인류의 구원이 거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전 세계 백신 투여량의 82% 이상이 부유한 나라에 공급된 반면에 1% 미만의 분량이 저소득 국가에 전달된 것은 인류에 대한 비난"이라며 "지구촌이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한 연대와 협력의 원칙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백신은 인류가 이 대유행의 폐허에 대항하는 가장 큰 방어책"이며 백신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제정한 특정 지적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제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과는 노선을 달리해 지재권 포기를 수용했지만 WTO 규정에 따라 요구되는 문제에 필요한 국제적 합의를 향한 움직임은 더 이상 없었다. AP는 일부 비정부기구는 지재권 면제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이것이 불공평한 백신 공급에서 가장 제한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앙골라 대통령 주앙 루렌수(João Lourenço)는 "어떤 나라는 3회 접종을 허용하는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대다수가 1회 접종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불균형을 보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이 부스터 접종을 관리하기 시작했거나 그렇게 할 계획을 발표한 나라들이다.

 



헤이지 게인곱(Hage Geingob) 나미비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이런 '백신 불균형'을 "백신 아파르트헤이트(Vaccine apartheid)"라고 불렀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이전 남아공에서 백인 소수정권이 다수 흑인 등을 정책적으로 인종 차별한 것을 이른다.

 

앞서 남아공의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5월 주례 국민 담화문에서 "선진국과 부국들의 사람들은 안전하게 백신을 맞는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수백만 명이 (접종을 하지 못한 채) 대기하다 죽어가는 상황은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의 바벨 람칼라완(Wavel Ramkalawan) 대통령은 총회에서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끔찍한 바이러스가 있다. 그것은 불평등의 바이러스다"라고 말했다.

 

탄자니아는 지난 3월 기도만 하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존 맥구풀리(John Magufuli) 당시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COVID-19의 암울한 결과가 특히 심하게 강타했다. 그후 대통령직은 그의 대리인인 사미아 술루후 하산(Samia Suluhu Hassan)에게 돌아갔는데, 그녀는 그 이후로 탄자니아의 대유행병 방침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목요일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잊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분의 COVID-19 백신 선량을 가진 부자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과 그것을 공유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 확산에도 백신을 거부하는 다른 독재국가들처럼 정치적 문제와 지도자를 잘못 뽑은 탓이 크지만, 탄자니아는 22일 현재 백신 접종량이 0.57%로 여전히 세계 최저치('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백신 불균형은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체 (Luis Arce) 대통령은 총회에 모인 외교관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로 간주돼야 한다"면서 생물 제약 회사들이 그들의 특허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백신 생산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 쿠바 대통령은 "저소득 국가의 수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첫 번째 주사 선량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들이 그것을 받을지조차 추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사실상 총회와 별도로 소집된 세계 백신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내년 안에 전세계 인구의 70%를 백신 접종을 목표로 화이자사의 COVID-19 백신 구매를 10억 도스로,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WHO에 따르면 많은 양의 백신에 접근할 수 있는 부유한 나라들로부터 약속된 백신 기부금의 15%만이 전달되었다. WHO는 국가들이 공급량의 분담 공약을 "즉시" 이행하고 특히 가난한 나라와 아프리카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백신을 투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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