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국의 지나친 '힘 자랑'에 유탄 맞았나

김당 / 2021-09-20 14:50:28
미·영·호주 AUKUS 발족 '후폭풍'…프랑스, 중국보다 더 거센 반발
프랑스, 미∙영의 핵잠함 호주 지원에 미∙호주 대사 소환 이어 비난전
중국, 호주 '쿼드' 가입에 호주산 관세∙검역 강화 압박해 AUKUS 재촉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동맹체제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데 대해 중국과 프랑스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동맹체제인 'AUKUS'를 출범시킨 데 대해 중국과 프랑스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호주 '뉴스닷컴' 동영상 캡처]


중국의 반발은 예상된 바이다. AUKUS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앞세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취해온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보다 더 거센 반발은 프랑스에서 나왔다.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 주재 프랑스대사를 전격 소환 조치했다. 프랑스가 핵심 우방국인 미국과 호주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프랑스의 거센 반발은 예상밖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기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미국, 호주의 AUKUS 가입에 핵잠함 '선물'…프랑스-호주 디젤잠수함 12척 계약 날아가 

▲ 장이브 르드리앙(Jean-Yves Le Drian) 프랑스 외교장관이 지난 금요일 프랑스방송에 출연해 미-호주 주재 대사를 소환한 배경을 밝히고 있다.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프랑스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의 하나이며, 미국은 프랑스와의 관계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AUKUS의 첫 단추는 호주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7일 성명을 내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호주에 파견한 대사들을 즉각 소환했다고 밝혔다. 르드리앙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과 호주의 결정은 동맹과 파트너로서 신뢰를 저버리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AUKUS 협력의 첫 단추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호주가 지난 2016년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Naval Group)'과 계약한 400억 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도입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프랑스의 비판을 일축하면서, 이미 지난 6월 파리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나발그룹과의 계약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프랑스 측이 잠수함 계약 재고의 뜻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부인하는 등 호주와 프랑스의 설전이 계속 이어지면서 진실 게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르드리앙 장관은 18일 프랑스 방송에 출연해 AUKUS 출범 관련 호주와 미국의 조치는 "이중적"이고 "중대한 신뢰 위반"이자 "경멸적"이라며 두 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이어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사이에 심각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사안을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총리"프랑스와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 것은 국익 때문…6월에 마크롱에 이야기해"


이에 호주 측은 호주가 프랑스와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 것은 국익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모리슨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정부는 잠수함 계약 파기 전에 호주가 프랑스 잠수함에 대해 깊고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호주와 프랑스가 체결한 370억 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건조 계약은 호주의 전략적 이익이 부합하지 않았으며 이를 몇 달 전부터 프랑스에 제기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우리에게 제공된 선택지를 살펴봤는데 프랑스 잠수함은 미국이나 영국이 가진 것보다 우월한 제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도 "우리에게 제공된 선택지를 살펴봤는데 프랑스 잠수함은 미국이나 영국이 가진 것보다 우월한 제품이 아니었다"고 프랑스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주 소환된 장 피에르 테보(Jean-Pierre Thebault) 전 호주대사는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모리슨 총리가 새로운 거래(핵추진 잠수함)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완벽하게 눈감고 당했다(France had been completely blindsided)"면서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호주의 요구대로 우리는 호주에 대해 잠수함 12대를 제공하기로 했었다"면서 "큰 실망이다"라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한 인터넷 매체(news.com.au/)는 20일 파리 기반의 전략연구재단(Fondation pour la Recherche Stratégique)의 프랑수아 에스부르 특별 고문의 발언을 인용해 프랑스 정부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 잠수함 수주 파기에 분노한 것은 '단순히 잠수함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테보 전 대사도 "프랑스가 유럽연합(EU)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을 거부하기 위해 EU에 로비를 하려 했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호주의 이중적인 태도는 친구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단지 잠수함 계약 파기 때문만이 아니고 친구로서 신의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중국, 호주의 쿼드(QUAD) 가입 이후 호주산 제품 관세·검역 강화해 AUKUS 가입 재촉

▲ 프랑스가 왜 'AUKUS' 출범에 반발하는지를 보도한 VOA [VOA 동영상 캡처]


전문가들은 미∙영∙호주 3국이 국익에 민감한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한 군사기술 공유를 강화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것은 중국의 위협을 매우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한다.

중국은 특히 호주가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가입한 이후 호주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등 압박을 강화해 왔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호주에 '힘 자랑'을 하며 도를 넘는 압박을 가한 것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제공을 유인책으로 한 AUKUS 발족을 재촉한 것이다. 그 과정에 프랑스는 '유탄'을 맞은 셈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당

김당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