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앞둔 美 9∙11테러 악몽…국제사회 지원 절실한 아프간에 악재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의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내각 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찰을 지휘하는 핵심 요직인 내무부 장관에 내정된 인사 등이 테러 혐의와 관련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현상수배자로 확인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정부 수반 등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UPI뉴스가 FBI 지명수배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내무부 장관에 임명된 시라주딘 하카니(Sirajuddin Haqqani)의 경우 FBI가 현상금 10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내건 테러 혐의 지명수배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FBI의 테러리스트 지명수배자 명단에는 현재 45명이 올라 있는데, 하카니의 경우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지도자로 탈레반과 알카에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테러리스트로 정보 제공자에 대한 현상금 1000만 달러에 지명 수배돼 있다.
FBI의 현상수배 포스터에 따르면, 하카니는 2008년 1월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호텔에서 미국 시민을 포함한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과 관련된 테러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다. 하카니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암살 기도 계획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 정부 수반인 하산도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았으며 이 시기에 유엔(UN)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하산은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쿱은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탈레반 정권이 하카니 등이 공개된 FBI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실을 모를 리 없기에, 아프간을 20년 만에 다시 접수한 탈레반의 새 내각 진용은 2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의 9∙11 악몽을 일깨울 것으로 보인다. 하카니가 이끈 '하카니 네트워크'는 치명적인 공격과 납치의 주범으로 지목된 공포의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은 이날 '탈레반, 남성 일색 창단 멤버들로 정부 구성(Taliban form all-male Afghan government of old guard members)' 기사에서 "탈레반은 1990년대 후반의 강경 통치와 그 이후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20년 동안 싸워온 베테랑들과 구성된 남성 일색의 임시 정부 명단을 발표했다"면서 "이 라인업으로는 탈레반이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절실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을 것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그냥 '대행'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된 내각 구성은 '과도 정부' 형태로 분석된다.
2001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으며 새 정부 구성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1000만 달러 현상수배자'가 경찰을 지휘하는 핵심 요직에 포진한 임시 내각의 면면을 보면, 아프간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도 어려울 것 같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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