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버스기사 대기시간 세차,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어"

권라영 / 2021-08-30 10:41:08
버스기사들, 대기시간에 차량 청소·점검 등 했다며 소송
대법 "식사하고 TV도 시청…기사들, 휴게시간이라 불러"
버스기사들이 다음 운행까지 대기하면서 청소나 세차를 했더라도 회사의 업무 지시 등이 없었고, 식사를 하는 등 휴식도 취했다면 노동시간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대법원 [UPI뉴스 자료사진]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버스기사 A 씨 등 6명이 버스회사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 씨 등은 2016년 회사를 상대로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대기시간에 식사·휴식도 하지만 배차표 반납이나 차량 청소·점검 등 업무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B사 측은 대기시간 동안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지휘·감독도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1심은 "도로 사정 등으로 인해 운행이 지체되면 근로자들이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대기시간이 남는 경우에도 버스를 청소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서울시가 차량 시내버스 청결상태를 점검하도록 하고 있고, 불량한 경우 버스회사에도 통보한다"면서 "B사는 소속 근로자에게 징계조치를 하고 있다. A 씨 등이 대기시간을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B사가 A 씨 등에게 165만~668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B사가 대기시간 내내 A 씨 등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한 "A 씨 등은 대기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 휴식을 취했다"면서 "B사 소속 운전기사들은 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이라 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B사가 대기시간 활용을 간섭하거나 감독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으며,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했으나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정해져 있어 운전기사들이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기시간 전부를 노동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들의 초과근로시간을 산정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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