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족은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가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겠느냐"며 엄벌을 호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가해자 A 씨(30)는 지난달 25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피해 여성 B 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는 등 상해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당시 "왜 연인 관계인 것을 주변에 알렸냐"고 말하며 B 씨를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B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주 넘게 혼수상태로 있다가 지난 17일 결국 사망했다. A 씨는 사건 당시 119에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는 거짓 신고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A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7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B 씨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A 씨의 구속 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했다. 글에서 그는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 내 글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A 씨의 머리와 배를 폭행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딸의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119가 도착했을 당시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방법이 없다며 심장만 강제로 뛰게 한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았지만,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했다.
청원인은 "가족은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가해자는 운동을 즐기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대 청년이다. 반면 26살 딸은 왜소한 체격"이라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이가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119 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이지만 가해자는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허위 신고를 했다"며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가해자의 폭행 사유에 대해 "도대체 이게 사람을 때려서 죽일 이유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딸은 사망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25일 오전 9시 기준 5만5908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경찰은 구속영장 기각됨에 따라 폭행과 피해자 사망 인과관계를 조사한 뒤 남성의 혐의를 변경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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