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도 억울한데 비용까지...경기도 공공기관 '곤혹'

안경환 / 2021-08-23 16:11:05
도 유치공모 신청서 '재정지원 제외' 조항놓고 지자체·기관 제각각
시·군 "재정 지원할 이유·여력 없다" vs 기관 "유치해 놓고 비용 내라니"
경기도의 일방적인 이전 정책에 부당성을 토로해 온 경기도 '3차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이번에는 이전 비용까지 떠안을 처지에 놓여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유치공모를 진행하면서 유치 신청서에 '재정지원 계획'을 제외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도는 "시·군별 재정 여건이 다른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재정지원 부분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지자체들은 이를 '재정지원을 하지 말라'고 해석해 자신들이 유치한 각 공공기관에 오히려 이전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주사무소 입지 선정 '공모 신청서' 

23일 경기도와 도 산하 공공기관, 유치 지자체에 따르면 도는 지난 2월 17일 3차 공공기관의 동북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기관은 이른바 산하기관 '빅3'로 불리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을 포함해 경기연구원,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등 모두 7곳이다.

도는 지난 3월 각 공공기관별 주사무소 입지선정 공고를 낸 후 4월 1차 서면심사와 현장실사, 5월 2차 프리젠테이션(PT) 심사를 거쳐 최종 이전지역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7개 공공기관의 최종 이전지역은 △경기신보 남양주시 △경과원 파주시 △GH 구리시 △경기연구원 의정부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이천시 △경기복지재단 안성시 △경기농수산진흥원 광주시 등이다.

도는 또 지난 6월에는 7개 이전 대상기관 및 공모에서 선정된 7개 지자체와 원활한 이전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이전지역 7개 지자체는 관련 기관이 조속히 입지 완료될 수 있도록 건물·부지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행정적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약체결 2개월여가 지나도록 일부 공공기관은 입지할 지역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이 문제가 돼 해당 지자체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자체의 기관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도 기관이전이 지체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전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곳은 경과원과 파주시다. 현재 경과원과 파주시가 입주 논의를 하고 있는 곳은 시가 제시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야당동 1002번지 일원(1만4655㎡)과 금촌동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1017번지 일대(4만8114㎡)다.

시는 2개 부지 가운데 한 곳을 경과원이 선정한 뒤 경과원이 매입·신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공모 당시 신청서에 명시된 '재정지원 제외' 항목, 지방재정법 제17조를 각각 이유로 들어 경과원 측에 기부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17조의 4는 해당 지자체의 조례에 정해진 기관에만 기부나 보조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공모 당시 재정지원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고, 지방재정법 상에도 입주 지원을 할 근거가 없다"며 "경과원이 부지 중 한 곳을 선택, 부지매입 및 건물 신축 등을 통해 입주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경과원은 시와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경과원 관계자는 "기관을 유치해놓고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시에서 제시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신축하는 데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시는 경과원에 운정지구 내 내년 준공 예정인 민간건물을 임차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임차비용(관리비 포함)은 연간 30억 원 규모로 파악됐고, 부담은 역시 경과원 몫이었다.

다만 민간건물 임차 방안은 기업지원에 연구·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경과원의 기관특성상 입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논의에서 제외됐다.

산하기관 중 유일한 금융기관인 경기신보는 남양주시 이전을 위한 임차건물을 자체 물색 중이다.

남양주시에서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내 민간건물 임차 방안을 제시했으나 금융기관이 입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경기신보 측 판단이다. 경과원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관특성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부족이 원인이 된 셈이다.

경기신보는 임차건물을 찾는 대로 임시로 입주한 뒤 2028년 준공 예정인 왕숙신도시 내 토지를 매입, 건물을 신축해 다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부지는 남양주시가 제시했다. 하지만 남양주시 역시 경기도의 공모 당시 명시된 '재정지원 계획 제외' 조항을 재정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 임차 및 토지매입·건물 신축 등에 대한 일체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전경 [경기주택도시공사 제공]

GH는 애초부터 구리시가 제시한 부지를 매입한 뒤 건물을 신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발사업을 통한 수익을 내는 기관인 만큼, 자금에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리시는 토평동 991 일원(8400여㎡)과 인근의 토평공원(1만6000여㎡) 부지를 입주 부지로 제시했다.

GH는 해당 부지에 건물을 신축해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수원 광교신도시에 신축 중인 건물은 남부청사로 각각 활용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관련 공모 때 재정지원을 제외하겠다고 한 것은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다른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한 의미"라며 "공공기관과 이전 대상 시·군이 정해진 만큼, 행정 재정적 지원 여부는 해당 지자체와 이전 기관이 협의로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공공기관과 시·군에서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효율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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