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위해 코로나 감염 감수"…'함께 살기' 선언 한달 영국

이원영 / 2021-08-19 13:31:35
많은 확진자 불구 사망자 늘지 않아 자신감
전문가 "변이 나오면 1년 전 되돌아 갈 수도"
영국이 19일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모두 해제한 지 한 달이 됐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거리두기, 사적모임 금지 등 모든 제한을 풀고 '코로나와 함께 살기(with corona)'에 돌입한 것이다.

영국은 백신 완전접종률 60%를 넘겼다. 세계 상위권의 백신접종률을 믿고 모험을 감행했지만 접종률이 비슷한 이스라엘, 싱가포르, 포루투갈 등 어느 나라도 영국과 같은 규제 완전해제를 선언한 나라는 없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세계가 영국의 향배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영국은 자신감과 걱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밀착 모임을 하더라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지 않은 점은 안도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의 한 축구 팬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중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을 응원하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10분 선제 결승 골을 넣어 팀의 1-0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관중들 중에 마스크 착용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AP 뉴시스]

한 달 전 일일 확진자가 5만 명에 달했던 적도 있지만 '자유 선언' 이후 확진숫자는 오히려 한때 2만 명대로 줄었고, 최근에는 3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도 피크였던 지난 1월 중순 1200명 대의 10분의 1에 못 미치는 90명 대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의 노마스크 클럽 출입은 일상이 되었고, 당국은 실내 마스크를 '권장'하고 있지만 지하철이나 쇼핑몰 등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벗고 있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둘러싼 소란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자율에 따른 개인책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관점은 정치권에서도 시각이 많이 다른 듯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대면회의로 열린 18일 영국 하원회의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한 집권 보수당 의원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상당수가 착용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 15일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멋진 골로 맨시티를 제압한 현장에서 수만 관중이 노마스크로 열광하는 장면은 지금 영국의 모습을 단면으로 보여줬다. 다만 입장은 백신접종자와 코로나 음성 확인자에 국한됐다.

영국이 규제 해제를 선언했지만 방역에 손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9월 개학을 앞둔 16~17세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확진자 검사도 계속 하고 있다. 확진 판정이 나면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하는 바람에 회사 등에서 결원이 많이 생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경우엔 감염되더라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새러 바인 데일리메일 칼럼니스트는 "최근에 음악축제에 다녀온 아이들이 다 감염됐는데 문제가 없었고, 내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겠다. 정상생활을 위한 이 정도 비용은 치러야 한다"고 썼다.

오는 9월 '노마스크' 학생들이 등교하는 가을 학기 개학 상황을 지켜보며 추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영국이 적지 않은 감염자가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사망자 숫자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백신에 의한 중증 예방 효과는 물론, 대규모 자연 감염에 의한 항체 형성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영국의 방역 방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의 일원인 그레이엄 메들리 런던 의학대학원 교수는 "변이 출현은 우리를 먼 길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 분명하다"며 "현재의 면역력이 새 변종에 어느 정도 대응하느냐에 따라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타 이외에 현행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변이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코로나19 대응팀인 마크 베글린 연구원은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큰 유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변이의 유입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백신이 개선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코로나19 재확산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면 봉쇄 조치 같은 규제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자유 선언' 한 달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명력이 더 강한 변이가 언제든지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영국의 아슬아슬한 실험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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