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도 예외…'상어' 카카오에 금융권 역차별 논란

안재성 기자 / 2021-08-17 16:34:28
플랫폼 기반 고성장세에 금산분리 예외 등 규제사각지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것"…커지는 시장 잠식 우려
"메기가 아니라 상어였다"

요새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두고 금융권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당초 정보기술(IT)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정체된 금융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기대했으나 지금은 금융시장 전체를 집어삼키는 '상어'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하자마자 '금융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곧 상장할 예정인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도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급성장 중이며, 내년에는 카카오손해보험이 출범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직간접적으로 20% 가량을 투자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운영사 두나무)까지 고려하면 금융권 전반에 진출 중인 셈이다. 단순히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금산분리 예외, 금융그룹감독법 제외 등 규제 면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더 나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카카오가 누리는 규제차익이 불공평하다는 불만과 함께 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뱅 14% 폭등…시총 41조 넘어 '압도적 1위'

카카오뱅크는 17일 전거래일 대비 14.1% 폭등한 8만7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일주일 만에 공모가(3만9000원)의 2배 이상 뛰었다.

이날 발표된 호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15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6.2%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1338억 원)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41조5238억 원으로 부풀었다. KB금융지주(22조1210억 원)와 신한금융지주(20조699억 원)보다 2배 가량 많아 압도적인 금융권 1위를 기록했다.

▲ 카카오뱅크가 압도적인 금융권 시총 1위를 기록하는 등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상어'가 된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이 금산분리 예외 등 규제차익을 누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뉴시스] 

상장 전 BNK투자증권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는 등 공모가 거품 논란까지 일었던 것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11조~31조 원으로 평가했으나 상장 첫날부터 이 수준을 뛰어넘었으며, 그 후에도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가입자 수 4600만 명의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는 설립 초기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달렸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이용자 수는 1671만 명, 계좌 개설 고객은 1461만 명에 달한다.

특히 카카오뱅크 어플리케이션의 월간순이용자수(MAU)는 약 1330만 명으로 은행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당기순익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실적도 호조세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시총은 은행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시장에서 은행업 이상의 성장과 수익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과의 네트워크 효과와 락인효과를 통한 카카오뱅크의 확장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금융플랫폼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이용자 중심의 차별적인 서비스가 향후 빠른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그룹의 다른 금융 계열사들도 빠른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결제,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기업 카카오페이의 올해 4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3600만 명에 달한다.

작년에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0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분기 금융거래액(24조5000억 원)이 전년동기보다 65% 급증해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10월 상장 예정인데,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약 13조 원으로 추산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핵심사업인 결제 거래액이 전년동기 대비 85% 성장하는 등 카카오그룹의 비은행 금융서비스를 총괄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계좌 개설 고객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말 100만 명에서 9월 말 200만 명, 12월 말 300만 명, 올해 3월 400만 명 등 급격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거래 서비스 없이 일반 예탁 계좌만으로 정식 개시 1년 6개월도 지나기 전에 국내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이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만들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는 카카오손보는 내년 초 출범 예정이다. 카카오키즈와 연계한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기반의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등 카카오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상어'가 된 카카오에 규제차익, 온당치 않아"

기존 금융사들은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의 덩치가 예상 이상으로 커진 상태에서도 각종 규제차익이 주어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불만을 표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혜택은 금산분리 예외와 금융그룹감독법 제외다. 은행법에 의해 비금융 기업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지분 4%)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예외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의결권지분 보유를 34%까지 허용하는 특례를 인정한 때문이다. 덕분에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27%나 소유, 다른 은행에게는 금지된 '오너 있는' 은행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는 '주인'이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금융사를 3개 이상 소유했음에도 금융그룹감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여·수신업과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사를 보유한 총자산 5조 원 이상의 비지주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대상이 된 금융그룹은 모든 재무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동시에 시장에도 공시해야 한다. 자본적정성 비율 등 재무 상태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스스로 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그룹감독법의 대상은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개뿐이며, 카카오그룹은 빠져 있다. 그만큼 감독 부담이 덜한 셈이다.

카카오손보에 대해서도 보험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인허가 방식을 중심으로 한 현행 금융규제 체계에서 카카오손보 출범은 규제차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카카오만의 차별화된 영향력 탓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등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게 싸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은 이미 메기가 아니라 시장을 집어삼키는 상어"라면서 "설립 전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음에도 카카오 측만 여전히 각종 혜택을 누리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대로 갈 경우 카카오에 기존 금융사들의 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10%대에 그쳐 중금리대출을 30% 이상 취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서 오는 이익만 취한 채 의무는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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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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