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산불…"인류 스스로 자초한 인재"

김명일 / 2021-08-11 15:20:08
고온 건조 기후에 미·러·유럽 '동시다발'
"기후변화와 밀접… 탄소중립만이 해법"

가뭄과 폭염이 덮친 지구촌을 산불이 집어삼키고 있다. 그리스, 남유럽, 러시아, 미국, 북아프리카 등지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고, 원시림과 야생동물을 집어삼켰다. 인류의 대처는 그저 지켜 보는 정도여서 '지구 종말'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 4일 그리스의 에비아섬 림니 마을 인근 산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그리스·터키·알제리…남유럽 지중해권 '활활'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에비아 섬이 8일째 붉은 화마에 뒤덮였다.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자 아름다운 관광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연기와 재가 본토까지 뒤덮었다. 그리스 정부는 항공기 11대와 소방관 650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가옥 등 시설물 수백 채가 붕괴됐고, 대지는 300㎢ 이상 전소됐다. 주민과 관광객 2000여 명에게는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인접국 터키도 53개 지역에서 270여개 산불이 발생해 13일 동안 타올랐다. 터키 산불은 지난달 28일 남부 안탈리아주에서 발생했고, 무을라주 등 남서부로 번졌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등 8명이 숨졌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역시 북부 산악지역 카빌리를 중심으로 50여건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알제리 정부는 현재까지 군인 25명을 포함한 4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희생된 군인들이 주민 100여 명을 화염에서 구조해냈다며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산불은 북부 산림 지대로 퍼져나가고 있어 진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시베리아에서 피어오른 연기, 북극까지 날아가

화재와 거리가 멀 것으로 느껴지는 시베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린피스는 올해 시베리아 곳곳에서 산불이 200건 발생했고, 피해 지역이 16만1356㎢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야쿠티아 지역에서만 8만7000㎢가 전소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연기가 확산해 3000㎞를 날아갔으며, 사상 처음으로 북극까지 번졌다고 밝혔다. 사하공화국의 다른 이름인 야쿠티아(Yakutia)는 러시아 북동쪽에 위치했고, 북으로는 동시베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 지난달 24일 미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 인디언폴스 커뮤니티의 한 주택이 '딕시 파이어' 산불로 인해 불타고 있다. [AP뉴시스]


불타는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두 번째 규모

매년 화재 피해에 시달리는 미 캘리포니아에는 올해 주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발생 지역의 이름을 따 '딕시 산불'(Dixie Fire)로 불린다.

7일째 이어진 딕시 산불에 피해 면적은 약 약 2000㎢로 늘었다. 발생지 인근 마을인 그린빌 일대는 거의 전소됐다.

캘리포니아 산림보호 및 화재예방국은 11개소의 산불로 시설물 891채가 전소되고 61채에 피해를 입었으며, 1만6000여채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주민 1만2000명에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주정부는 보안관 경력 등을 동원해 대피를 지원했다. 또 소방관 96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화율은 21%에 그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며 피해도 늘고 있다. 작년에 일어난 '8월 산불'(August Complex)로 약 4000㎢가 전소됐다.  재작년에는 7519건이 발생해 총 6749㎢에 이르는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늘어난 실화에 기후변화 겹친 '인재'

올해 전세계적 산불의 공통점은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과,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인재로 보는 해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딕시 산불이 발생한 서부는 땅이 갈라질 정도의 역대급 가뭄과 폭염에 시달렸고, 수목은 바싹 말라 산불이 확산되기 좋은 환경이 됐다. 발화 원인도 나무가 쓰러지며 고압선을 끊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태평양 가스 전기회사는 추정했다.

역시 산불이 끊이지 않았던 2년 전에도, 스탠퍼드대 노아 디펜파워 교수 등은 인재를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데다, 캘리포니아에는 인공조림으로 빽빽한 산림이 조성되며 자연숲과 대비해 불이 옮겨붙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숲과 산에 들어선 전원주택 등 인간의 손길이 발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남유럽 산불도 고온과 가뭄이 피해를 증가시켰다. 그리스는 1987년 이래 34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에 에비아섬 전역에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지형 특성상 헬기 진입이 쉽지 않아 진압 골든 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터키·알제리 모두 화재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는 150년 만에 최고 폭염 피해를 받으며 '동토가 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온과 건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지도부는 "시베리아 산림에 산불은 자연적인 것"이라는 견해여서 산불 대비책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각성을 인지한 러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원을 지시했다. 야쿠티아 비상대책본부는 인력 7000명을 투입하고 9500톤이 넘는 물을 살포하며 진압에 애쓰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9일 승인한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기온이 1.5도 오를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피해는 폭염과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연쇄적이며 총체적이다. 빈발하는 산불로 삼림이 파괴되고 산소 공급이 줄며 생물 몰살로 종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식이다. 이렇듯 자연의 붕괴는 인류의 목을 점점 조여오고 있다. 인류가 스스로 자초한 위기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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