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사망 38일 만에야 고개 숙인 서울대총장

권라영 / 2021-08-02 15:53:20
"깊은 사과…이번주 간담회 열고 유족·피해자 목소리 들을 것"
노조 "단순 의견 듣는 것 아닌 공동조사단 꾸려야"
서울대학교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38일 만에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 지난달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사망한 50대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시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일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정했다"면서 "고인과 유족, 그리고 피해 근로자 모든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내로 유족과 피해 근로자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해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지난 6월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50대 A 씨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38일 만이다. A 씨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A 씨는 평소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서울대에 채용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체력평가도 통과했다.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A 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과 노조는 서울대 측에 진상규명을 위해 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교내 인권센터를 통한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가 사과한 것은 노동부의 조사 결과 발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일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특히 업무와 관련 없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필기시험을 실시한 점, 복무규정 등의 근거 없이 회의 참석 복장에 간섭하고 품평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에 즉시 개선과 재발 방지를 지도했다.

오 총장은 "서울대는 고용노동부의 행정지도 내용에 따라 충실히 이행방안을 준비해 성실히 개선해 나갈 것이며,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환경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유족과 고인, 노동자에 대한 사과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유족·기숙사 조합원 간 간담회 일정을 잡은 것은 유감"이라면서 "노조 의견을 단순히 듣는 과정이 아니라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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