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비인기종목 설움은 TV까지 이어지고

김명일 / 2021-08-02 14:31:22
새 역사 쓴 높이뛰기, '세계 5위' 요트 생중계 뒷전
인기종목 몰려 3채널서 한 경기…"다양성 찾아라"

"이번 도쿄올림픽에 처음 선보인 스케이트보드는 신선하고 새롭고, 젊은층의 관심이 뜨겁고, 체육 저변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인데 TV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X게임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는 조모(35) 씨는 도쿄올림픽 중계에 대해 쓴소리를 늘어놨다. 야구·축구 등 인기종목이나 한국인 메달 유망주의 경기만 집중해서 방송할 뿐, 다양한 중계가 없다는 것이다.

▲ 우상혁이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경기를 마친 후 거수경례하고 있다. [뉴시스]


천편일률적인 지상파 3사의 올림픽 중계가 도마에 올랐다. 206개 참가국에서 온  선수 1만1090명이 33개 종목에서 339개 메달을 가리는 제전임을 생각하면 심각한 중계 쏠림이다.

지난 1일 오후 KBS2·MBC와 SBS 등 지역민방은 동시에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 경기를 중계했다. 같은 시간 국군체육부대 소속 우상혁 선수가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 4위에 올랐다. 우 선수의 경기는 KBS1이 생중계했다.

이날 야구대표팀은 1 대 3으로 뒤진 9회말 3점을 내며 역전 끝내기 드라마를 썼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2m35㎝를 기록해 이진택의 종전 한국기록을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세계 시청자 앞에 늠름한 거수경례를 한 그의 모습에 세계가 주목했다.

감동적인 드라마는 두 군데서 동시에 이뤄졌지만 '중계 쏠림'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토요대첩'이라 불린 지난달 31일도 마찬가지다. 지상파는 KBS1·MBC·SBS 등 3개 채널에서 축구 멕시코전을, KBS2 1개 채널에서 야구 한미전을 중계했다. 여자배구 한일전을 기다린 팬들은 케이블채널 KBSN이나 인터넷 중계를 지켜봐야했다.

▲ 하지민(해운대구청)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1인 딩기요트 레이저급 예선라운드에서 역주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제공]


인기종목뿐 아니라, 태권도와 유도 및 여자체조 도마의 여서정 등 한국인 메달 유망주가 나오는 경기도 지상파 3사에 동시 중계됐다. 반면 한국 최초로 요트 1인딩기 레이저급 결선 레이스에 오른 하지민(32·해운대구청)의 경기는 생중계되지 않았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그는 최종 5위에 올라 한국 요트의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외국 경기는 더 보기 힘들다. 이번 올림픽에 최초로 정식종목에 채택된 스케이트보드는 젊은 선수들이 개성이 돋보이는 문양을 보드에 새기고 자유분방한 옷차림으로 나와 주목받았다. 환한 웃음과 젊은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부은 이들의 경기 모습은 정형화되고 냉엄한 승부만이 흐르는 기존 경기장과 다른 분위기를 냈다.

▲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일본의 호리고메 유토가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열연하고 있다. [AP뉴시스]


스케이트보드 첫 금메달은 일본의 호리고메 유토(21)와 니시야 모미지에게 돌아갔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3세 소녀인 니시야는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의 경기는 한국인 유망주도 없고 높은 시청률도 보증할 수 없는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KBS1에서 중계했지만 전 경기를 볼 수는 없었다.

지상파 채널을 중심으로 한 중계 쏠림이 일어나는 것은 고액에 중계권을 산 방송사들이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탓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을 통한 중계 체제에서 효율적인 채널 배분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볼권리'를 제공하는 것 또한 방송사들의 의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명일

김명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