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주차장 꼭 필요한가…끝없는 폐지론

김명일 / 2021-07-29 16:54:48
"평등주의 어긋난다", "임산부·노약자로 바뀌길" 40대 자영업자 조모 씨는 가족과 함께 휴가지인 전남 해남으로 향하던 중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조 씨는 여성전용 주차장에 차를 댔다. 두 아이와 함께 내려야 했는데 주차폭이 넓고 건물에서 가까워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운전은 내가 했지만 아내도 타고 있었다"며 "여성주차장 이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휴게소의 여성전용 주차장 안내 노면 표지. [김명일 기자]

여성전용주차장을 둘러싼 논란이 끝이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 5월 "남자지만 당당히 여성전용주차장에 주차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전용주차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7년 서울시가 추진한 '여행프로젝트'(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2008년 공영주차장 10곳에 처음 설치됐고, 2009년부터 30면 이상 주차장에 10% 이상 설치하도록 조례가 제정됐다. 단속·처벌 규정은 없다.

여성 운전자가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지하주차장 내 여성 상대 범죄가 빈번한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사람의 왕래가 많고 불빛이 밝으며 출입구에서 가까운 쪽에 설치됐고, 폭도 규정보다 넓었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성차별 해소는 혜택보다 평등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고, 아이 동반 주부 외에도 여성 운전자가 증가한 지금 '폐지론'도 비등하다.

폐지 찬성 측은 "평등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한다. 30대 여성 회사원 전모 씨는 "여성은 운전을 잘 못한다는 전제로 만든 정책 같고, 평등한 대상이 아닌 보호할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30대 프리랜서 조모 씨는 "여성만 있다면 되레 표적이 된다"며 "주차장 전체에 CCTV, 순찰, 조명 조도 등을 신경써 모두가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문제도 있다. 40대 회사원 최모 씨는 "노모를 모시고 온 아들은 댈 수 없고, 건강한 20대 젊은 여성은 된다고 하면 이게 정말 여성을 위한 정책이냐"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 영유아 가족동반자, 노약자 이용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변화가 시작되기는 했다. 경기 안양시는 '여성안심주차장'을 확충했다. 비상벨과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범죄 예방에 초점을 뒀다. 여성전용을 임산부배려 주차장으로 바꾸는 곳도 늘고 있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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