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거리 "닫혀 있던 노래방 열려고 청소와 개업준비까지 했는데"
동탄 11자상가 "'어쩔수 없어 직원 휴가보냈는데 2주 후엔 어쩌나"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 사흘째인 14일 저녁.
경기지역 곳곳의 대표적 먹자골목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들의 긴 한숨이 이어졌고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성토 속 가게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그나마 문을 연 곳도 텅 빈 테이블이 대부분이어서 적막감을 더했다.
수원의 대표적 노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안구의 거북시장 인근의 한 호프집. 3일 전만 해도 방역을 위해 설치한 투명 차단막을 사이에 두기는 했지만 테이블마다 빼곡했던 손님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혼자 들어와 맥주 한 병을 시키고는 말없이 테이블에 앉은 한 중년 남성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자판을 두드리는 게 전부였다.
업주 김모(여·59)씨는 "지난달 정부에서 7월부터 방역조치를 완화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늘기 시작해 희망을 갖고 물건을 들이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뽑았지만 갑작스런 4단계 조치로 졸지에 가게가 텅비게 됐다"고 푸념했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수원 팔달구의 통닭거리 내 한 업주는 "빚까지 내 1년 넘게 겨우 겨우 가게를 끌어오다 정부의 '8인 허용','노마스크 출입', '백신접종자 인원제한 미산정' 등 발표에 희망적이었다"며 "'여름이면 나아지겠구나' 했던 기대감이 다시 절망으로 변했다"고 말하며 텅빈 홀 안을 가리켰다.
그는 그러면서 "코로나가 밤낮을 가리는 것도 아닌데 낮에는 4인 밤에는 2인이란 제한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열심히 살려는 자영업자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던 지난해 12월부터 전면 폐쇄된 유흥업소의 사장들의 반응은 훨씬 거칠었다.
거북시장 인근에서 20여 년 가까이 노래방 형태의 주점을 운영중이라는 백모(여·61)씨는 "지방 유흥업태 상당수가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어 곰팡이가 피고 누수가 일어나는 등 사실상 폐허나 다름없다"라며 "이 때문에 정부의 7월 1일 영업 가능 발표를 믿고 수개월 째 닫혀 있는 가게를 열기 위해 인력까지 동원해 청소와 개업준비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상황에서 불과 영업 재개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방역 당국의 일주일 유예 발표가 나왔고 곧바로 4단계로 강화 발표가 나왔다. 어쩌란 말인가 "라고 울먹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으로 전면 영업을 못하게 되자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업소에 대한 보상은커녕 정부가 사회적인 죄인 취급을 한다"며 자정까지 간판불을 켠 채 영업은 하지 않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도시 지역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화성 동탄2신도시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11자 상가'에도 가게 상당수가 불이 꺼진 데다 텅 빈 가게 TV에서 음성만 흘러 나와 을씨년스러웠다.
평소 같으면 세울 곳을 찾지 못한 차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골목을 돌면서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곳이지만 인근 공영주차장과 도로 곳곳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공영주차장 관리요원은 "이번주 들어 인근 가게들 영업이 안돼 주차장이 한산해 졌다"면서 "오후 6시만 돼도 주차장 자리가 꽉 차는데 보다시피 지금은 아주 여유롭다"라고 말했다.
문을 열고 있는 가게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문을 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곳에서 7년 째 삼겹살집을 운영중이라는 한 남성은 "손님들은 한 번 왔다가 가게 문이 열려 있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발길을 끊는 경우가 많다"며 "오후 9시가 넘은 지금까지 2명씩 2 테이블을 받았지만 그래도 가게 문은 열려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계속 불을 켜고 있다"고 했다.
11자 상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다른 업주는 "그나마 혼자라도 즐길 수 있는 카페나 호프 집 등은 그나마 불이라도 켤 수 있지만 가족 단위 손님들이 찾는 고깃집이나 한정식 집 등은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 업주는 "인근 상당수 비슷한 업소들이 4단계 시행 첫째 날과 둘째 날 저녁 상황을 보다가 오늘부터는 아예 오후 6시가 되자 문을 닫고 퇴근했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 사장은 "평일에는 오후 4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손님들에게 안내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2주 후에 정상화할지 더 이어질 지 모르는 것"이라며 "정책 집행자들의 말 한마디에 자영업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사실을 알고 진중하고도 정확한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궁여지책으로 4단계 기간을 여름 휴가 기간으로 활용하는 업소들도 늘기 시작했다.
동탄2신도시 치동천길 인근 음식점들 입구에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휴무 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충전하고 돌아오겠다'는 등의 휴가를 알리는 문구가 나 붙었다.
이 지역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말이 휴가지 어쩔수 없어 하는 고육지책"이라며 "직원들에게는 일주일의 휴가를 줬지만, 금요일에는 혼자서라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송철재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조금만 참아달라는 정부의 말은 사실상 은행빚을 감당하라는 말로 들린다"며 "정부가 그동안 3차에 걸쳐서 평균 6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줬지만 월 임대료와 관리비에도 충당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돈"이라고 성토했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