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봉쇄령 더 못참아"…시위 화약고 된 코로나

김명일 / 2021-07-14 16:11:35
남아공·쿠바 등 시위 격화 인명피해 속출
실업률·양극화 가중 선진국에도 불안요소
코로나19로 응축된 사회 불만이 폭발하며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주민들이 한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AP 뉴시스]

남아공의 폭력 사태는 닷새 동안 이어지고 있다. 14일까지 인명 피해는 72명에 달하고 1234명에 체포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강경 대응 원칙을 천명했다. 당국은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병력 2500명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방화, 약탈, 상점공격 등 폭력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남아공 시위는 지난 7일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수감되면서 시작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범정모독 등 혐의로 15개월 형을 받고 수감됐다. 그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에서 시작된 폭동은 요하네스버그와 레소토 등 대도시로 확대됐다.

평창올림픽 유치 결정으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도시 더반에서는 LG공장이 습격을 받았다. 더반 LG공장은 고가품인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곳이어서 약탈 피해가 컸다. 콰줄루나탈주의 삼성 물류창고도 습격을 당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외에 인쇄공장과 가발공장 등 소규모 교민 사업체의 피해도 대사관 등에 보고됐다.

시위가 이토록 과격해진 것은 500여일째 계속된 봉쇄조치에 민생 경제가 무너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3월 남아공 당국은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봉쇄령을 선포했다. 이후 200일이 지난 8월에 해제를 기다려온 여론과 달리 봉쇄령이 연장됐다. 지난 5월에는 2단계로 강화되어 통행금지 시간 오후11시-오전4시로 확대, 사업장 오후 10시 폐쇄 등 추가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달 16일에는 봉쇄령을 3단계로 격상하며 통행금지가 오후 10시부터로 앞당겨지고 식당과 술집 등은 오후 9시에 닫도록 했다.

봉쇄령의 끝에 희망이 보인 것도 아니다. 남아공의 누적 확진자는 70만명을 돌파했다. 7월 들어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명에 근접하는 등 폭등했다.

프리스테이트대학 국가연구재단의 이반 투로크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6월 흑인 타운십과 비공식 주거지의 실업률은 42-43%로 교외 지역의 2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과 오랜 봉쇄령이 생활 불편, 경제 동력 저하, 빈부 양극화, 농촌과 빈민가 지역 생활고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의사당 앞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시위하고 있다. [AP 뉴시스]

쿠바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40여곳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10여명 이상이 연행됐다. 시위는 산티아고 등 대도시뿐 아니라 작은 마을까지 번졌다. 피델 카스트로 생전 벌어졌던 1994년 대규모 시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라고 세계 언론은 보도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에 달하고 누적 확진자가 24만명을 넘어선 코로나19 사태가 쿠바 시민들의 궐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이후 쿠바는 주요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이 초토화된데다 주요 수출품인 설탕의 판로도 막힌 상태다. 지난해 쿠바의 경제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시위나 폭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경제적 하위층에 더욱 타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지난해 3%까지 낮아졌던 미국의 실업률은 14%까지 폭등했고 현재도 한자릿수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수천만 명 대부분이 서민과 저소득층인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역시 7%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증가하는 실업률을 붙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여서 '근원적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유럽통계청은 유럽연합(EU) 27개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해 8월 실업률은 각각 7.4%와 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5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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