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볼 일 없겠네"…무관중 도쿄올림픽 효과

김명일 / 2021-07-09 11:24:56
일본 관중 일방적 응원 피한 한국팀에 '호재' 도쿄올림픽이 겉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올림픽 관련 5자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NHK 등 현지 언론이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 도쿄도와 인근 지자체인 가나가와, 사이타마, 치바 3개 현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모두 1만 명까지 관중을 입장시킬 계획이었던 곳들이다.

▲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장인화 선수단장, 김연경 배구대표팀 선수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NHK는 이번 조치로 900억 엔(약 942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이라 전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무관중 경기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 이후 125년 만이다.

초유의 무관중 경기 결정이 국내 선수단과 스포츠팬들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 선수들은 열띤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부담을 덜게 됐다. '홈 어드밴티지'(홈에서 갖는 이점)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관중의 응원은 선수들을 고양시키고 사기를 증진시켜 경기력을 강화한다. 원정팀에게는 기가 꺾이고 신체 능력마저 저하되는 효과도 가져온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샌디 울프슨·닉 니브 박사에 따르면 선수들의 호르몬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EPL 소속 19세 이하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홈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40% 증가해, 원정팀과 큰 차이를 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의 어리나 감독은 광주에서 열린 한국과의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후 "이 도시에서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말로 열정적인 '붉은악마'의 응원이 부담됐음을 밝혔다.

다만, 무관중 경기가 선수들의 사기에 전적으로 긍정적인 작용만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1997년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한국은 일본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2 대 1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장 한 켠밖에 차지하지 못한 적은 수의 한국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일본만은 이기겠다'는 정신력이 결합한 결과였다.

또, 적막만 흐르는 무관중 상태는 오히려 홈팀과 원정팀 모두에게 경기력에 집중할 힘이 나지 않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8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관중 경기 개최 방침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욱일기 응원 부담감을 벗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스포츠계 및 국민들 모두 경기장에 욱일기를 반입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욱일기가 일본 제국주의 침략 및 전쟁범죄를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측의 꾸준한 요구에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와 무관하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도쿄올림픽의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후쿠시마, 미야기 등에서는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후쿠시마에서는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예정되어 있으며, 관중석의 50%가량인 7150명의 입장이 허용된다. 또, IOC관계자 등 일부 인원은 경기장에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무관중이 적용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9일 4차 긴급사태를 발령하며 기간을 다음달 22일까지로 정했다. 패럴림픽은 그 이후인 다음달 24일 개막한다.

일본의 코로나19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이자 올림픽 개최도시 도쿄에서는 7일 920명, 8일 896명이 발생하는 등 증가 추세다. 도쿄의 확진자 수는 6월 400명대, 7월 700명대를 유지해왔다. 일본 언론은 확진자 추이에 따라 도쿄권역 이외에서도 관중 입장 제한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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