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상 '역풍' 우려하는 정부·여당…한은과 갈등 빚나

안재성 기자 / 2021-06-28 15:55:24
정부·여당 "추경 효과 반감·취약계층 피해 우려"…연내 금리인상에 난색
이주열 "기준 금리 한두번 올려도 통화정책 완화적"…강한 인상의지 피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힌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조기 금리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둘러싼 물밑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불을 지피고 있는데 연내 금리를 올릴 경우 겨우 회복세를 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취약계층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를 고려해 내년 3월 이후로 금리인상 시기를 미루길 원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가 이례적으로 강한 금리인상 의지를 밝힐만큼 자산거품과 금융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 한은이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내 금리인상, 경기에 찬물…재정·통화정책 '엇박자' 우려"

익명을 요구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28일 "연내 금리인상은 간신히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곧 실시될 추경까지 고려할 때 금리인상은 내년초쯤이 적절해 보인다"며 "이 부분에서 정책 조율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연내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4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당시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까지 언급해 시장에서 금리인상 전망이 크게 힘을 받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르면 7~8월쯤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10~11월경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연내 금리인상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약 금리가 인상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 안과 관련,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가 걱정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측면에서 여러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동의했다. 그는 "다음 달 초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이 총재와 같이 출장을 갈 예정"이라며 "그 전후를 계기로 협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7~8월 금리인상은 5차 재난지원금 등 3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는, 슈퍼 추경의 효과를 크게 저하할 수 있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조기 금리인상에 반대는 정부보다 더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 우리가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매우 많다"며 "금리인상은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추경 효과 반감은 물론, 취약계층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 비중이 무려 39.7%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가 있다"며 "여당은 그 전에 금리를 올리는 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거품·금융불균형 심각…초저금리 경제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 

한국은행이 정부·여당의 반발에도 조기금리 인상 카드를 빼 들 수밖에 없을 만큼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 쏠림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현상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주열 총재가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피력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반발을 고려해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자산시장으로 자금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며 "이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불균형 대응을 소홀히 하게 되면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기를 감안해서라도 금리정상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하 교수는 "최근 자산가격 거품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며 "연 0.5%의 기준금리는 경제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우려, 자산가격 상승, 가계부채 폭증 등의 문제를 고려해 빨리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인 듯 하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정부·여당과 한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만약 7월 또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몇몇 여당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한은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충격이 닥쳤음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조정식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사실상 임시 금통위 개최를 압박했다. 이후 한은은 3월에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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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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