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철 밟지 말자" 괌 철수 수면 위로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하면서 미군에 조력했던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괌으로 철수시킨 것처럼 미군과 나토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인들도 철수시켜야 한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과 나토군을 도왔던 통역원을 비롯한 수많은 아프간 군무원들이 미군 철수 후 탈레반에 의한 보복이 두려워 공포에 떨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비자 인터뷰도 중단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프간에 20년간 주둔하다 지난 5월 철군을 시작한 미군은 오는 7월 4일까지 철군을 완료할 예정이며, 나토군은 9월 11일 철군을 마감 시한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미국 비자를 신청해놓고 있는 아프간인은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배우자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아프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대기하는 인구는 7만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아프간에 할당된 비자 발급 건수는 4000건에 불과하고 이를 두 배로 늘린 임시 법안을 제이슨 크로 의원이 발의한 상태지만 통과되더라도 신청자에 비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 비자 발급 절차로는 대규모로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괄 철수를 시켜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의회도 이 문제에는 민주, 공화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시간 출신 피터 메이저 하원의원(공)은 지난주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생명을 걸고 우리를 도왔던 용감한 동지들을 보호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와 몇 달간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AP가 관련 통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미군 통역으로 일하다가 피살된 아프간인만 지난 5년 간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인들을 미국령 괌으로 철수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프간인들의 임시 수용지로 괌을 제안했다. 괌 주지사도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필요하다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전했다.
백악관은 미군무원으로 일했던 아프간인들에게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비자발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매우 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일괄 철수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주둔했던 한 퇴역 군인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비자 신청자들이 탈레반으로부터 위협 없이 비자 발급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안전한 곳으로 철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보복은 물론이고 미군에 협력했던 무장세력들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도 미국행을 원하기 때문에 기회를 더 차지하기 위해 민간인 신청자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철수 당시 미군이 베트남인들의 철수를 미적거리다가 막판에 몰려 24시간 만에 7000여 명을 헬기로 이송시키고 미처 이송되지 못한 수많은 베트남인들이 부역자로 몰려 처형된 바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짐 존스 전 아이다호주 대법원장은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그들을 공포의 운명에 방치했었다"며 "아프간에서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프간에서 1975년 사이공을 다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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