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따라 대규모 소송 등 '신냉전' 돌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후 그 진원지가 어디냐를 두고 지난해 한창 논쟁이 있었다. 우한의 수산시장,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수산시장에서 야생동물이 매개가 되어 사람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험실 유출설은 '음모론'으로 치부되며 논란은 사그러들었다.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두고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지 못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1년 수개월째 진행되고,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진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지금 왜 갑자기 코로나19 진원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일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정보기관으로 하여금 코로나19 진원지에 대한 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90일 내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그 진원지가 동물인지, 실험실인지 밝히라는 지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는 계속되는 '우한 실험실 진원설'을 외면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을 당긴 것은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다. WSJ는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2019년 11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열 등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 연구원 3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첫 발병 사례가 확인되기 전이어서 바이러스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에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한 증거를 대부분 음모론으로 취급했지만 동물로부터 시작됐다는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설립한 국무부 실험실유출 조사단을 바이든 행정부가 폐쇄했다는 주장도 바이든 대통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무부는 조사단의 임무가 완료돼 해체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익명의 소식통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더 조사할 것이 남았는데 해체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험실 유출설을 조사하는 기구를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폐쇄했다는 뉘앙스여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실험실 진원설'에 대해 어떻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을 든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WHO를 전격 탈퇴했다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서 다시 가입했기 때문에 WHO가 코로나19 진원지 조사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당장 미국은 WHO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앤디 슬라빗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완벽하게 투명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WHO는 이 문제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방해를 하겠지만 WHO가 외교력을 발휘하라는 주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팬데믹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진원지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5월 "뭔가 있다. 중국은 그걸 차단할 수 있었다"며 마치 실험실 유출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라는 과실을 얻으려 "중국이 코로나 대처를 잘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CNN은 코로나19 진원지 조사가 중국의 비협조로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결과에 따라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예고했다. 만약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지 않아도 패권 경쟁으로 껄끄러운 두 나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신냉전'의 기류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실험실 유출'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드러난다면 미국은 막대한 방역 비용을 중국에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대규모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진원지 조사는 결정적 증거 확보의 어려움, 중국의 비협조 등으로 결국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성가진 숙제를 하나 덜어내는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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