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흔드는 '머스크의 입'…혁신가의 예언일까, 사기극일까

이원영 / 2021-05-13 13:43:06
일론 머스크 한마디에 요동치는 암호화폐
'도지파파' 자처하며 노골적인 띄우기 선도
최고의 창업가에 사기극 덧씌워질지 주목
일론 머스크(50)는 이 시대 최고 혁신가임은 분명하다. 남들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거듭하며 성공신화를 써온 인물이다. 전기차 테슬라 창업에 이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까지 미래산업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제 그에겐 또 하나의 타이틀이 주어졌다. '파파 머스크'다. 비트코인에 이어 최근 사기 논란의 중심에 선 도지코인까지 암호화폐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대부가 된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액수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그가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그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의 영향력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로 본다면 실물투자 업계에서는 중범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체가 불분명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세를 띄우는 행위, 즉 '펌핑'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미국 금융계의 시각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머스크의 입에 달렸다는 극명한 사례는 12일(현지시간) 나왔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갑자기 선언한 것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너무 많은 화석연료가 소모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은 폭락장세를 보였다.

하긴 자연친화를 추구하는 전기차 테슬라의 CEO로서는 적합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에 머스크는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고 앞으로 더 투자할 것이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노골적으로 암호화폐 신봉가임을 내세운 것이다. 머스크의 이 발언을 계기로 비트코인은 폭등세를 연출했고,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에도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장기무형자산으로 보유하겠다고까지 말한 그가 지난달 테슬라 소유의 비트코인 10%를 매각해 1억 달러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것이 알려지자 '머스크가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윽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말을 꺼내면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은 10% 이상 떨어졌다. 머스크의 말에 널뛰기 장세를 보여온 도지코인에도 관심이 쏠렸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의 정체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도지코인이 연초에 비해 수백 배의 가격 폭등을 견인한 장본인이 됐다. 일부 언론은 도지코인의 최대 소유주가 머스크일 것이라 보도했고, 사람들은 믿는 분위기다.

도지코인은 장난 삼아 만든 실체 없는 것이란 이유로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머스크의 입'이 개입하면서 놀라운 폭등세를 기록했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없이 올해 초부터 '도지코인이 미래다'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 '아들에게 도지코인을 사줬다'는 등의 메시지를 트윗에 날리면서 일약 도지코인의 나팔수가 됐다. 이후 도지코인 가격은 날개를 달았다.

스스로 '도지파더'란 별명도 붙였다. 지난달 말에는 그가 NBC방송 코미디쇼 SNL에 '도지파더' 출연이란 짧은 글을 올린 것만으로 도지코인 값은 또 뛰어 올랐다. 그러나 정작 이달 8일 출연한 자리에서는 사회자가 "도지코인은 사기 아니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맞다, 사기"라고 응답하면서 도지코인은 30% 급락했다. 머스크의 한마디에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운명이 달려 있는 꼴이다.
▲지난 3개월간 도지코인의 가격 추이. [코인데스크 캡처]

미국 투자전문매체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상위 100명이 발행량 6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한 명이 28%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주인공이 일론 머스크가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지파파'를 자처하면서 거대한 사기극을 이끌고 있는 장본인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아공 태생의 미국 유학생 출신인 머스크는 명문 스탠퍼드 박사과정에 입학과 동시에 자퇴하고 바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23세에 온라인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집2'를 창업, 27세에 매각해 천만장자가 되었고 당시엔 아무도 성공가능성을 점치지 않았던 온라인 결제시장을 노려 X닷컴을 창업, 벼락부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그는 전기차, 우주기업, 태양전기 등 번 돈을 거의 대부분 다시 창업에 쏟아 부으며 혁신과 첨단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성공신화의 주인공이기에 '도지파파'를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에게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더욱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가 낳은 혁신가요, 창업가인 그가 암호화폐로 더욱 비상할 것인지 아니면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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