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고 쇠몽둥이 휘두르고…미국서 '아시안 증오범죄' 급증

이원영 / 2021-04-05 13:18:33
'중국 바이러스' 계기 작년부터 급증
우려 커진 한인타운 자체방범단 결성
미국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를 겨냥한 인종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한인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증가한 아시안 증오범죄는 올해 들어 더욱 빈발하고 있어 주민들은 물론 경찰 당국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는 최근 한 달새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를 낸 애틀랜타 스파 연쇄 총격사건을 시작으로 30일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여성과 가족을 향해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사건도 있었다.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흑인이 쇠몽둥이로 난동을 피우며 "중국인은 돌아가라"고 노골적인 반아시안 감정을 드러냈다. 3일 오전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60대 아시아계 여성이 흑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등 사건이 이어졌다.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경찰 통계에서도 뚜렷하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경찰국(NYPD)에 접수된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2019년엔 3건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 28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벌써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를 넘는 35건이 접수될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NYT는 증오범죄의 경우 경찰에 신고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전역 통계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10건 이상의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오범죄로 신고된 건수 중에서 절반 가량은 범행 시 "중국으로 돌아가라"거나 "너는 바이러스" 등 노골적인 인종 차별성 발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대한 혐오성 범죄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을 확산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LA코리아타운에서 인종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이 열렸다.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자 LA한인타운에서는 자율방범대를 자처하는 '한인타운공동체안전지킴이(Koreatown Neighborhood Safety Companions)'도 결성됐다. 증오범죄로부터 한인타운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다.

이들은 인종증오범죄를 규탄하고 자율적인 순찰도 돌면서 인종증오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를 주도한 낸시 김씨는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이 현실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최근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시안을 향한 묻지마 폭력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한인 동포들은 낯선 곳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다인종이 섞이는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폭력에 취약한 노인들은 함께 택시를 타고 움직이는 등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LA중앙일보 정구현 기자는 "낮에도 길 걷기가 무섭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더 겁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면서 "정치적인 양극화와 흑백 갈등 속에서 동양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LA한인타운에서 장사를 하는 성모(55) 씨는 "작년부터 코로나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말이 나돌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언제 어디서 폭력을 당할 지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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