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백신이 바이러스 제거 기능 가능성" 로라 그로스(72)는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은퇴 노인이다. 그녀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최근까지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피로한 것은 물론이고 관절통, 근육통이 그녀를 괴롭혔다. 두통으로 머리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인지력은 희미해졌고 건망증은 심각할 정도였다. 그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후유증을 앓고 있던 기간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았다. 3일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건 마치 신의 계시가 드러난 것 같았어요. 코로나19에 걸렸을 땐 내 세포가 다 죽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머리가 희미했던(브레인포그) 증상이 싹 사라졌어요. 관절통도 훨씬 덜해지고 에너지가 엄청 많이 생겼어요."
2차 접종 후 증상은 더 좋아졌다. 잘 걷지도 못하던 그녀는 지금은 조깅을 할 정도로 증상을 회복했다.
코로나19에 걸려 장기간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고나서 증세가 뚜렷하게 호전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임스는 '코로나19 장기 환자가 백신 접종 후 크게 호전되다'(Some Long Covid Patients Feel Much Better After Getting the Vaccine)란 제목의 기사에서 백신 접종 후 코로나 후유증이 호전된 사례들을 소개했다.
영화감독이자 중학교 교사인 주디 도드라는 여성도 지난해 봄 코로나19에 걸려 호흡곤란, 두통, 피로로 고생하다가 올해 1월 말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았다. 1차 접종을 받은 뒤엔 몸 상태가 더 안좋다고 느꼈으나 2차 접종을 받은 뒤 나흘 만에 신체 상태가 급변했다.
도드는 "아침에 일어나 와우, 멋진 아침이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기적적인 신체 상태의 변화를 토로했다.
이처럼 수개월 이상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백신을 맞은 다음에 증세가 호전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뚜렷하게 나아지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 의사와 과학자들이 이런 이례적인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컬럼비아 대학 감염병 전문의 대니얼 그리핀 박사는 "코로나 장기환자 중에서 백신을 맞은 뒤 피로 감소, 후각 회복 등 증세 호전을 경험했다는 환자가 40%에 달했다"고 말했다.
영국 연구가들이 발표한 소규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장기 환자가 백신 접종 한 달 후 관절통,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아졌다는 사람이 23%에 달한 반면, 증상이 악화됐다는 사람은 5.6%로 나타났다.
345명의 코로나19 장기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영국의 조사에서도 백신 2차 접종 후 증세 호전을 경험한 비율이 32%로, 증세 악화 18%보다 높게 나왔다.
이처럼 백신이 기존 코로나 후유증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일대 아키코 이와사키 면역학 교수는 이에 대해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응해 형성된 항체가 환자에게 남아 있던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RNA 조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신이 본연의 면역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코로나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가면역 증후군을 가라앉히는 메카니즘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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