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침묵은 분노·복수심"…바이든 흔들며 4년 후 모색하나

이원영 / 2020-11-18 12:04:02
바이든 정당성 훼손하며 공화당 간판 굳히기
미디어 벤처 및 차기 출마 선언 등 속내 복잡
남은 2개월 임기동안 '돌출' 결정나올까 촉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이 없다. 선거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들은 줄줄이 기각되고, 주변에선 결과에 승복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가 지금 분노, 억울함, 복수심 등 복잡한 심경에 처해 있다고 분석한다. 투표 결과가 재판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순순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데는 다음 선거(2024년)를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를 마련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차기 대통령 자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가 이번에 거둔 7300여 만 표(47.3%)는 지난 선거에서 그가 받은 표보다 1000만 표 더 많다. 역대 공화당 후보 중 최다 득표이자 역대 최다 득표 당선자인 2008년 오바마보다 많은 득표다.

출구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는 아시안, 흑인, 라티노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이전보다 더 많이 받아냈다. 공화당 후보로서 외연확장에 성공한 셈이다. 현재로서는 그가 가장 강력한 차기 공화당 후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

CNN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분석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지난 주에 측근들과 비밀 미팅을 갖고 새로운 미디어 벤처를 설립하는 문제와 2024년 출마 선언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는 퇴임 이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것도 차기 도전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공화당 내부 인사들의 시각이다.

즉, 바이든의 정당성을 계속 물고 늘어져야 트럼프가 졌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고 계속 공화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지자들을 결속하고, 아울러 기금모금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사기투표' 주장으로 바이든의 당선에 흠집을 내려는 데는 그가 민주당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복수 심리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대선 후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로부터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으며 그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트럼프는 당선의 정당성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이번에는 바이든에게 똑같이 해야 공정한 게임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CNN은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의 이런 심리 상태를 "바이든의 임기에 불법성이라는 '관 덮는 천'을 드리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평생 패배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트럼프의 인생 역정과 특별한 승부욕이 이번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가족에 대한 신랄한 비판 서적을 낸 조카 메어리 트럼프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도널드가 지금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어리는 "트럼프는 다른 사람의 돈을 쓰지 못하고, 인맥을 쓰지 못하고, 권력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인생에 단 한번도 없었다. 루저가 되는 지금, 이건 그에게 가능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대선 후 지난 2주간은 트럼프가 대통령 직무보다는 승패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라며 "그는 대통령이 되는 것(being president)을 좋아하지, 대통령이 해야할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가 두 달여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 돌발적인 사태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느냐고 타진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그가 4년 후를 기약한다면 그 같은 돌발적인 대통령 권한 행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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