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박삼구·아시아나항공 등 고발…"계열사 부당지원"

이민재 / 2020-08-27 15:43:29
총수 지분 높은 금호고속 전방위 지원…부당이익 169억
금호아시아나 "모두 정상 거래…부당이익 제공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등을 매개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해 특수 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다.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정병혁 기자]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인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금호고속을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지원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320억 원을 부과하고,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박홍석, 윤병철 씨,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금호고속은 박삼구 전 회장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회사로, 박삼구 전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50.9%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의 관리 아래 놓이자 금호고속을 세우고 계열사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재무 상태가 열악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자, 그룹 컨트롤 타워인 전략경영실을 통해 해외 기내식 업체와 계열사 등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기획했다.

전략경영실은 2015년부터 해외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금호고속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기는 방식의 '일괄거래'를 여러 업체에 제안했다.

스위스 게이트그룹은 이 조건을 받아들여 2016년 12월에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 만기 1·2·20년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 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배임 등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금호아시아나와 게이트그룹은 본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부속계약 형태로 'BW계약의 불성립·해지 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BW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무이자로 발행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번 건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에 무이자 발행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고속은 정상금리(3.77~3.82%)보다 현저히 낮은 무이자 BW 인수로 162억 원 상당의 이익을 봤다.

또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9곳은 금호고속에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줬다. 전략경영실 지시로 45회에 걸쳐 총 1306억 원을 담보 없이 1.5~4.5%의 저금리로 신용 대여했다. 신용 대여에 참여한 계열사는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등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심지어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를 이용해 8차례에 걸쳐 총 280억 원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금호고속에 대여했다.

영세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준 뒤, 협력업체가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빌려주도록 한 것이다.

금호고속은 계열사와 영세 협력업체를 동원한 저리 대여로 총 7억2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공정위 측은 "이런 법 위반 행위 결과 금호고속에는 금리 차익에 해당하는 169억 원가량의 부당한 이익이 발생했고, 특수 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 원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 원 등이 총수 일가에게 직접 귀속됐다"면서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이 핵심 계열사를 인수해 2세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교사자로 지목한 금호산업은 148억9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원 객체인 금호고속은 85억900만 원을 물게 됐다. 지원에 나선 아시아나항공(81억8100만 원), 금호산업(3억1600만 원), 아시아나IDT(3700만 원), 아시아나에어포트(2600만 원), 아시아나개발(1700만 원), 금호리조트(1000만 원), 에어부산(900만 원), 아시아나세이버(800만 원), 에어서울(600만 원)도 과징금을 맞았다.

이날 금호아시아나는 입장을 내고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자금 대차 거래와 기내식·BW 거래 등이 정상 거래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이런 결정을 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각 자금대차 거래는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짧은 기간 일시적인 자금 차입 후 상환된 것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동일인 또는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기내식 거래와 BW 거래에 대해서는 "게이트그룹을 인수한 하이난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각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뤄진 정상적인 거래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남부지검에서 기내식 관련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고, 서울중앙지법은 LSGK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승소 판결을 내리는 등 이미 사법기관이 동일 사안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판단한 사실이 있다"며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는 향후 공정위에서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은 뒤 내용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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