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 시장, 여전히 척박한 불모지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38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외형은 거대하지만, 기업화 수준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2만여 개인 사업자 및 중소유통업체들이 과거부터 이어온 유통망과 시스템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자재 유통 경로는 6단계를 거친다. 문제는 이 복잡한 과정에서 과도한 마진이 붙는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식자재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53.4%다. 일부 채소와 과일은 70%에 달하기도 한다. 농가와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요소다.
장마와 가뭄, 병충해 등에서 발생하는 수급 변동도 골치다. 실제로 길어지는 장마 탓에 지난달 30일 기준 후지 품종 사과 10개 가격은 2만7041원으로 평년 대비 18% 증가했다. 특히 경기 남부지역 피해가 심했던 8월 첫째 주 엽채·과채류 가격은 최대 3배 이상 뛰기도 했다. 불안정한 수급은 가격 급등락으로 이어져 농가와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대금 지급을 다음 달로 넘기는 이른바 '깔아두기'도 마찬가지다. 돈이 묶여있는 탓에 농가들은 기존 유통단계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많은 위해 요소가 시장에 산재해 있지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채 반복돼왔다.
'선진 시스템' 씨 뿌린지 20년…시장을 바꾸다
CJ프레시웨이가 20년 전인 1999년 기업형 시스템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이러한 환경에 부침을 겪었다.
과거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안전한 양질의 상품보다는 저렴한 물건이 대우를 받았다. 투명한 거래보다는 현금거래나 외상거래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기업은 환영받기 어려웠다. 또 유통 단계가 파편화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보니 물건이 손실되는 일도 허다했다.
CJ프레시웨이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을 적용하고 식품안전센터와 전국 주요 지역에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양질의 식자재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식품안전센터는 안전성이 중요한 병원 급식 식자재 유통에 주효했다. 2007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병원 급식장에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을 취득했으며, 2010년 민간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노로 바이러스 검사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에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HACCP 인증을 받았다.
식품안전센터와 거점 물류센터로 '안전성'과 '적시 공급'을 확보하자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2005년 약 35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0년 1조 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2조 원, 지난해에는 3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건강한 먹거리 유통'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시장 산업화에 매진해온 결과다.
외형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내실을 견고히 했다. 2015년 송림푸드 인수를 통해 소스류 공급라인을 구축했으며, 2019년 전처리 업체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해 맞춤형 식자재 공급력도 갖췄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효율적인 원물 공급으로 '원팩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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