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 중개보수 더 높아…중개사 역할 큰 '차이'
"단순한 중개료 인하는 의미 없어…서비스가 전문화돼야" #A 씨(40대)는 최근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를 12억 원에 구매했다. A 씨가 중개 수수료로 공인중개업소에 지급한 금액은 650만 원. 최고 요율(0.9%)로 중개보수를 지급할 경우 1000만 원이 넘지만, 0.5%에 50만 원을 얹어주는 선에서 겨우 합의했다. 하지만 A 씨는 "매물 보여주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지만, 그 정도 해주는데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개 수수료율은 집값과 연동되는데, 서울 집값이 치솟자 중개보수도 덩달아 뛴 영향이다.
2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와 온라인 오픈 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중개 수수료 개정 청원에 참여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7691명이다.
해당 청원인은 "부동산 중개 업무에 비해 너무 과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5일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개선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이 올랐는데, 불만을 중개보수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집값 상승 시기마다 나오는 수수료 논란에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수료가 아니라 '중개 서비스 향상'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집값 구간별로 정해진 최고 요율에 따라 산정된다. 서울에서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거래금액에 따라 △5000만 원 미만 0.6%(한도 25만 원) △5000만~2억 원 0.5%(한도 80만 원) △2억~6억 원 0.4% △6억~9억 원 0.5% △9억 원 이상 0.9% 이내가 적용된다. 매매가가 9억 원이 넘어갈 경우 요율이 훌쩍 높아지는 구조다.
전·월세 계약도 비슷하다. △5000만 원 미만 0.6%(한도 20만 원) △5000만~1억 원 미만 0.4%(한도 30만 원) △1억 원~3억 원 미만 0.3% △3억 원~6억 원 미만 0.4%다. 6억 원 이상일 경우 0.8%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하면 된다.
문제는 아파트값 상승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503만 원으로 10억 원에 육박했고, 전셋값은 5억1011만 원을 기록했다. 매매와 전세 모두 역대 최고치다. 2년 전 평균 매매가격은 7억4978만 원, 전셋값은 4억5583만 원이었다. 각각 31%, 15%가량 오른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기준 중개보수 2년새 375만 원→900만 원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기준으로 중개 수수료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2년 전 아파트 매매가격이라면 6억~9억 원 미만 구간에 해당돼 0.5%의 요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중개보수는 375만 원이다. 이와 달리 평균 9억 원을 넘어선 현재 아파트값으로 따지면 수수료는 최대 886만 원(9억8500만 원×0.9%)에 달한다. 적용되는 요율구간이 올라가면서 중개수수료는 2년새 140%가 뛴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중개인이 간이 과세자가 아닌 일반 과세자일 경우 수수료에 더해 부가가치세 10%를 요구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무소의 연 소득이 4800만 원 미만이면 간이 과세자, 4800만 원을 넘으면 일반과세자다. 이 금액을 포함하면 수수료는 900만 원대로 올라간다. 한 건의 거래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만 최소 1800만 원이다.
전·월세 거래 수수료도 6억 원을 기준으로 훌쩍 뛴다.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임대차 계약 수수료의 경우 5억 원짜리 주택 임대를 중개하면 한도가 200만 원인데, 6억 원 주택을 임대하면 한도가 480만 원으로 높아진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강남 11개구의 8월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9619만 원으로 6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인중개업소 "다른나라보다 비싸지 않다"
공인중개업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최대 요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요즘엔 '공동중개'라고 해서 한 건의 거래에 매도·매수자가 각각 다른 중개업소와 거래한다고 설명한다. 또 공인중개사업자 과포화에 따라 출혈 경쟁이 생겨나고 있는데, 수급조절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수수료 인하만 논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나오는 얘긴데, 부동산 정책 문제로 오른 집값을 수수료 조절로 연결하는 건 억울하다"며 "고가거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성사되더라도 최고요율의 절반도 안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국의 중개보수가 유독 비싼 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중개사가 별로 하는 게 없어보여서 항상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국제 주택투자 정보업체 'Global Property Guide'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중개보수율은 2~10% 수준이다. 미국 뉴욕주(6%)와 캐나다(3~7%), 영국(2~3.5%)은 매도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중개사의 역할이 훨씬 광범위하다. 특히 미국은 매수자-매도자 간 직접거래가 아니라 3자 거래인 에스크로 활용, 부동산의 소유권을 증명·보증하는 권원보험 가입 등 절차가 세분화돼 있다.
"문제는 수수료 아닌 서비스 품질…단순중개 벗어나야"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한국은 정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인식이 외국과 다르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미국은 매도자가 6% 내외, 일본은 매도·매수자가 각각 3%의 수수료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는 건물조사서 등 중개사가 확인해야 하는 설명서가 많고, 여러 과정에서 비용을 내는 등 미래의 위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우리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지만, 세부 절차에 따른 수수료가 생긴다고 하면 고객 입장에선 종전에 안내던 돈을 왜 내야 하냐는 식"이라며 "부동산 거래 관행이나 국민들의 정서가 외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을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하고, 중개사들이 다른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적정한 중개보수 비율이 얼마인지 책정하는 건 그 다음에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물건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쓰는 단순중개에서 머무르면 비싸다는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수수료를 높이고 낮추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개 서비스에 대한 고도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개사가 법리적인 검토까지 할 수 있는 전문화된 서비스를 하면, 수수료가 지금보다 더 비싸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