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다 전세 놓치나…매물 품귀에 세입자 '발동동'

김이현 / 2020-08-11 16:57:55
서울 곳곳 전셋집 품귀 현상…아파트 전세난 빌라로 번져
보증부 월세로 바뀌는 전환점…주거부담 늘고 전세난 심화
"전세 매물은 지금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러니 비싸게 내놔도 바로 팔리죠."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저금리, 부동산 규제 등이 맞물려 월세 전환이 늘어났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호가가 올랐고, 서울 주요지역의 전셋값도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의 모습. [정병혁 기자]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는 이달 6일 11억 원에 전세거래됐다. 지난달 평균 전세가격이 10억 원 초반이었고, 이달 1일 10억3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000만 원 오른 셈이다.

"물건 없는데 문의는 많아…전셋값 오를 수밖에"

잠실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나오더라도 가격이 높다"며 "트리지움이나 엘스 등 주변 아파트 전셋값도 다 비슷하게 올랐고, 리센츠는 12억 원까지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잠실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는 물건이 있는데 안 나가고, 전세는 물건이 없는데 문의가 많으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지난달 25일 8억2000만 원, 29일 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아현동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꽤 있는데 매물 자체가 별로 없다"며 "최근에 9억 원까지 계약이 됐다. 보증금 5억에 월세 120만 원 등 반전세 매물도 따로 있긴 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인기 아파트 단지 중엔 전세 물량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며 "매매하기에는 가격 감당이 안 되고 대출도 막혀있으니, 세입자가 먼저 반전세나 월세로 합의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고, 금리까지 낮아지니까 전세를 둘 이유가 줄어드는 와중에 임대차 3법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면서 "일단 높은 가격에 내놓고 안 팔리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250만 원, 3억에 150만 원 등으로 전환해도 손해가 아닌데, 지금은 어떤 형태든지 수요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스카이서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아파트 전세난에 빌라까지 '들썩'…수요>공급

전세난은 '빌라'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아파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단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전월 대비 3.7p 높은 102.3를 기록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쉽게 말해 매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 지수가 100을 넘긴 건 2017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거래량과 가격도 뛰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서울 지역 7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6596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3644건) 대비 81% 급증했고,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치다. 총 거래량이 집계되기까지 20여일이나 남은 것을 감안하면, 7월 총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전월보다 52만7000원 오른 1억6826만 원이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증부 월세 전환점…당분간 임대료 인상 불가피"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주로 서민들이 임차해서 살던 곳"이라며 "현재 임대차 시장은 저금리와 세금 부담, 임대차 3법에 따른 공급 단절 등으로 당분간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빌라도 그 영향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20·30세대 중 아파트 매수여력이 부족한 사람은 주거 불안이 계속되니까 빌라라도 들어가는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하고, 규제가 집중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전세가 보증부 월세로 바뀌게 되는 전환점인데, 그 사이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거주하지 않는 집은 팔라'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임대매물을 줄이는 결과로 돌아오는데, 동시에 임대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앞으로 전세난이 더 심화될 것인가는 정책 성공 여부에 달렸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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