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에 전세 소멸?…"세입자 불안케 하는 과장된 논리"

김이현 / 2020-08-03 17:04:05
'임대차 3법' 두고 여야 공방 격화…"강제 월세시대" vs "시장 흐름"
부동산 커뮤니티서도 불안감 ↑…일부 집주인들, 월세 전환 요구
전문가 "전세→월세는 임대차 3법이 아니라 저금리 영향이 커 "
주택임대차보호 3법을 두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정부의 목표였던 서민의 '주거 안정'이 실현된다는 평가와 되레 '주거비용 부담'만 가중된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화두는 단연 '전세 소멸'이다. 정부 규제로 전세가 사라지고 '강제 월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는 한편으로 전세 소멸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만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정부는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최소 4년(2년+2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31일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됐다. 1989년에 임대차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이후, 31년 만에 전세 시장이 변하게 된 것이다.

'주거 안정'과 '주택 투기'의 모순 가능케 한 전세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서민의 주거 안정에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세입자(임차인)는 주택가격의 50~60% 정도의 비용으로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 취득·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없고, 집값 하락을 직접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임차인에게는 미래에 집을 사기 전 돈을 모으는 '가교'로, 임대인에게는 금리 이자와 목돈 활용의 수단으로 쓰였다. 전세 제도가 일종의 사금융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그런 순기능 이면엔 집 사재기로 돈을 벌려는 '투기'의 역기능도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갭투자'는 전세 제도 덕에 가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주택 구매 절반(52.4%)이 갭투자(전세보증금 승계 거래)였다. 강남4구의 경우 갭투자 비중이 72.7%에 달했다. 임차인의 전세 대출금은 임대인의 집 투자(또 다른 주택 매입)에 쓰였다. 이에 정부는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갭투자를 지목하고, 전세대출 규제와 실거주 기간 강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주거권 강화를 위한 임대차 3법까지 시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전세 소멸론' 불 지핀 윤희숙의 5분 연설 

하지만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앞으로 전세가 사라지고, 반전세·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졌다. 특히 임대차 3법 통과를 비판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5분 연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임대차 3법 통과로) 제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하는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전세 소멸론'에 불을 지핀 것이다.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7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전세 소멸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전세가 줄어드는 요인은 임대차 3법이 아니라 저금리, 부동산 상승 심리 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전세 보증금을 내줘야 한다. 갭투자한 다주택주들이 이런 거액을 한꺼번에 반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전세→월세 전환은 임대차 3법과 큰 관련 없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전세는 집값 상승 국면에서 양쪽이 선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정착된 것"이라며 "집값이 하향안정화할 경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건 시장의 당연한 흐름이지, 임대차 3법은 주된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의 주장은 세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하나의 과장된 논리"라며 "집값이 내려가도 집주인들은 전세자금을 이미 다른 곳에 쓰고 있기 때문에 보증부 월세로 서서히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가 다 소멸되려면 전세금을 다 빼줄 수 있는 임대인 비율이 100%에 수렴해야 하는데, 이는 4년 뒤에도 불가능하다"며 "만약 전세 소멸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전세 물량의 일부감소에 불과할 거고, 지금처럼 전세시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는 건 예전부터 회자됐던 얘기"라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 때문이지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가 소멸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안 그래도 월세로 이탈하는 추세가 늘어났던 터에 저금리와 정부 정책이 겹치면서 조금 더 가속화됐다고 볼 순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 부자들은 월세로 돌릴 가능성 ↑

실제 현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전에 전세보증금을 올려서 재계약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 전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들도 있었고, 갑자기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하거나, 월세 전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긴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은행 금리가 1%도 안 나오는 상황인데,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둘 이유가 없다"면서도 "집 한두 채로 갭투자한 경우에는 그대로 전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담보할 건물이 있거나 현금 여력이 되는 부자들만 수익성을 위해 월세로 돌리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지역의 모습. [정병혁 기자]

"공공임대주택 늘려서 민간과 경쟁해야" 

전문가들은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공급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 많아지기 위해선 다주택자와 갭투자가 늘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이처럼 전세가 가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충되는 만큼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와 유사한 개념의 주택을 중산층에게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기업 소장은 "현재 세입자들 비중이 42% 정도인데, 이중 공공임대주택은 7~8%에 불과하고 나머지 35%는 민간임대"라면서 "민간임대와 공공임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를 통제하고, 정부 주도하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서 결국 민간임대 시장과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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