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금 커 자구책 마련에 제약 불가피…헌납 지분 의미없어
국토부, 전북도 지원 난망…법정관리-파산절차 수순 밟을 듯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된 가운데 이스타항공 노동자 1600여 명이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이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지분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돼 체불 임금 지급에도 쓰이기 어렵게 됐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 측이 자구책을 마련할 경우 플랜B를 가동해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마땅한 자구책이 나오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스타항공, 이상직 헌납 지분 사실상 휴지…법정관리 수순
이스타항공 매각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상직 의원이 헌납하기로 한 지분은 임금 체불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29일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관리 전무 대독을 통해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의 헌납 지분을 현금화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각이 불발된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 원으로, 자본완전 잠식 상태에 빠져 자력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법정관리를 밟아 워크아웃을 진행하거나 파산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헌납 지분의 가치는 사실상 휴지조각에 가깝다.
조종사노조 "이상직 사재 투명하게 밝혀야…지난해 결손금 지나치게 많아"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이상직 의원의 추가 사재 출연이 가능한지를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부실 경영을 해온 이상직 의원이 추가 사재를 가지고 있다면 노동자 체불 임금을 해결하고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결손금은 1174억 원으로, 타항공사 결손금 대비 7~8배 규모다"라면서 "구체적인 항목이 나와 있지 않은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의 결손금은 약 141억 원으로 이스타항공의 약 8분의 1수준이다.
결손금은 일종의 적자다. 수지 관계에서 지급한 것이 받은 것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국토부의 "자구책 마련 시 지원" 플랜B 가능할까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플랜B, 자구책을 마련할 경우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구책 마련을 위해 이스타항공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국토부는 앞으로 이스타항공의 1700억 원 부채 해소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촉구하고 이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지원 방향을 먼저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스타항공에서 먼저 계획을 내면 진행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에 대해선 "우선 베트남, 대만 등 코로나가 잘 관리되고 우선 취항을 희망하는 곳과 선별적으로 운항을 재개하도록 지원하는 방향 등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이 영업을 재개할 경우 항공 운수권 배분 등을 우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운수권 배분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영업 재개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정유사, 리스사 등에 대한 미지급금 1700억 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미지급금 해결을 위해 정유사, 리스사 등에 탕감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의 이스타항공 자금 지원 방법·액수 마땅치 않다
이스타항공은 법인 소재지인 전라북도에 자금을 지원받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파산 가능성이 커진 민간 기업에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붙을 수 있는 데다가, 지원 액수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전북도청 측은 "도청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진 않았다"면서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에 재원을 투입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일정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자본잠식 기업을 살려낼 만큼 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날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게 있다"며 "이스타항공은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이삼 위원장은 "지금은 제주항공과 책임 공방을 따질 때가 아니고,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라면서 "죽어가는 노동자들과의 정신적 교감이 없다"고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비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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